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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80] “소금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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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80] “소금이 되자”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4.05.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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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윤성학(1971년생)시인
서울 출신으로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함께 읽기] 우리나라 월급(연봉)제를 살펴보면 신라 초기에는 토지를 녹읍(祿邑)으로 주다가, 통일신라 신문왕 때부터 미곡(쌀), 포(옷감) 등의 현물을 지급하는 녹봉제가 실시돼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고대 로마로 가면 병사들의 월급을 소금으로 지불했는데, 그래서 월급쟁이를 뜻하는 샐러리맨(salaried man)이 '소금'을 가리키는 라틴어 ‘salarium’에서 유래했다는 게 현재 어원설이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로마 병사에게 소금은 단순히 음식에 넣어 먹는 조미료나 상하지 않게 만드는 방부제가 아니라 자기는 물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월급이었다.   

그래서 소금을 얻기 위해 싸우고, 소금으로 한 달을 버티었다는 표현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때 소금은 아마 물물교환의 최상위 도구였을 게다.

"나는 소금 병정 /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 월급을 받는다" 현재 우리도 뻘뻘 땀 흘리며 한 달 월급을 받는데, 그 월급이 로마 병사가 받았던 소금과 진배없다. 그 소금을 얻기 위해 땀을 흘리는데, 땀 속에 소금이 들어있으니 내 몸 안의 소금기를 내줘 가며 소금을 얻는다는 뜻이라 하겠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소금기를 씻어내기 위해 한 달 동안 소금에 절어 있어야 한다는 역설, 한 달 월급이 많으면 많을수록 흘리는 땀의 양도 비례한다.   

소금이 우리를 먹여 살리지만 우리는 월급을 위해 매일매일 우리 몸 안의 소금을 녹여가며 살아간다. “울지 마라 /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 오늘도 우리는 로마 병사들처럼 삶의 전쟁터에 출전한다. 땀이 흐르고 눈물이 흐르지만 버텨야 한다. 깨친 분이 말씀하시는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라.’ 하는 말도 이미 소금에 절여 있는 우리에겐 낯선 말이 아니다. 작금 세상이 상해 갈 때 조금이라도 그 상함을 늦추게 하는 소금이 되기 위해 우리 함께 나아가자.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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