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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기고)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의 날과 VIP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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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기고)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의 날과 VIP의 의미
  • 승인 2016.07.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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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과 이강준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상대방은 자신이 극장의 직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북

 

부보훈지청이냐고 묻고는 조심스럽게 용건을 말했다. 우리 지청 관내 6.25참전유공자분들을 모시고 영화관람을 오시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극장직원이 보훈지청에 전화를 거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단체 영화관람까지 거론하자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내 앞뒤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곧 6.25전쟁 당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 중 하나였던 인천상륙작전을 영화화한 작품이 개봉한다지 않던가.

 

 

나는 그 직원의 의도를 알아보고 싶었다. 나름 무리한 요구 사항들을 나열한 것이다. 영화 상영 전 조촐한 기념행사를 가질 수 있도록 30분 이상의 시간을 달라, 극장 입구에 6.25전쟁과 관련한 사진전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로비 안에 행사와 대형 현수막을 크게 붙일 수 있게 해 달라, 학생들과 6.25참전유공자 어르신들이 함께 관람토록 할테니 학생들의 티켓 가격도 할인해 달라 등등 나는 작정을 하고 다소 무리해 보이는 요구사항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단순히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작품의 특성을 빌어 관람객을 끌고 싶은 심산이라면 이런 요구사항들을 흔쾌히 수락할리 없었다. 그 직원은 내가 하는 이야기를 그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나는 내친김에 영화 개봉일이 7월 27일이라고 하는데 그날이 ‘6.25전쟁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인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 직원은 처음 알았다고 대답했다. 협상이 결렬되었다 싶은 마음에 통화를 마무리 하려는데 그 극장 직원이 나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7월 27일이 그렇게 의미있는 날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요구하신 사항들은 모두 들어드리겠습니다.”

 

많은 행사와 홍보를 진행하면서 늘 거절 당하는게 익숙했던 나는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사람 진심인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나는 내친김에 또 다른 요구사항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단체관람이 아닌 개봉전 시사회로 진행하고 싶고 시사회에는 반드시 'VIP 초청 시사회'라는 단어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물었다. VIP가 누군지 아시느냐고. 그러자 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요. 6.25참전유공자 어르신들을 모시고 귀한 행사를 할 수 있게 돼서 저도 영광입니다.”

우리 시사회는 VIP 초청 시사회지만 리암 니슨도 이정재도 이범수도 어느 높은 기관의 장들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시사회에는 대한민국의 현재가 있게 해준 6.25참전유공자라는 VIP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있게 해줄 학생들이라는 VIP가 귀한 걸음을 해주실 예정이다.

정부 3.0이 별것 있는가? 언론의 관심도 세간의 화제도 무의미하다. 6.25전쟁 정전 및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이날의 진정한 영웅이자 VIP인 6.25 참전유공자 어르신들을 모시고 그분들의 위상을 알아봐주는 극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인천상륙작전 같은 영화를 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민관의 협업이고 호국영웅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며 보훈이 가진 의미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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