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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흙수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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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흙수저 난다
  • 최승필 지방부국장 화성·오산담당
  • 승인 2016.07.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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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이나 삼포세대 등 한 때 열풍을 일으켰던 신조어는 사실 세대 간 비교에서 나온 말이다. 이제 세대 내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청년들끼리 경제여건 등으로 서로를 비교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현재 20~39세 청년층의 계층 내 불평등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며, 그 차이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개인들이 생애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기회불평등 요소와 원인을 심층 분석한 이 같은 내용의 ‘기회불평등 2016, 생애주기별 경험과 인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구체적으로, 세대를 청소년(고등학생, 17~19세), 청년(20~39세), 중·장년(40~59세), 노년(60~74세)으로 나눠 동그라미재단과 한국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한국사회 기회불평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세대에서 나타나는 기회 불평등의 구조와 특징을 분석했다.
생애과정의 초기 단계인 고등학생의 경우, 어린 시절 경험과 고등학생 교육 경험은 계층과 지역에 따라서 격차를 보였다. 어린 시절의 문화체험 활동, 예체능 분야 사교육, 국내·외 여행 경험에서 지역·계층 간 격차를 보였으며, 고등학생의 학교·사교육 기회에서도 수도권지역과 강원·호남 등 기타지역 간, 그리고 상·하층 간 큰 격차가 나타났다. 고등학생들의 교육경험 차이는 계층이동 기대감에도 영향을 미쳐 기회가 공평하게 보장돼 있다는 견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고등학생들이 많았다.
이 같은 의식은 주관적으로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집단, 혹은 지역적으로 기타지역 고등학생일수록,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공·사 영역의 교육경험이 적은 학생일수록 많았다.
이는 청소년기부터 기회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고, 그것이 미래의 희망에 대한 격차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생애과정에서 청년기는 ‘교육에서 일로의 이행(from school to work)’이 이루어지는 시기인 동시에 결혼을 통해 독립적인 가족생활을 이루는 시기로, 청년기의 경제활동 기회와 가족형성의 기회는 청년기와 그 이후의 생애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청년층의 교육·노동시장 성취와 가족 형성의 기회에서도 젠더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 여성과 남성은 학벌과 대학에서의 경험 등 교육 성취에 있어서는 매우 유사하지만, 노동시장에서의 성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남성은 저학력일수록 결혼·출산 의사가 낮은 데 반해, 여성들은 고학력일수록 결혼·출산 의사가 낮은 특징 등이 나타나 가족 형성의 기회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중·장년 세대는 자신의 현재 경제활동, 자신의 노후와 자녀의 미래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책임이 막중한 세대이기 때문에 중·장년 세대의 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각한 여러 가지 파급적인 영향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장년층 삶의 만족도 차이의 원인은 소득수준의 차이로 나타났고, 공정한 보상에 대한 주관적인 태도도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졌다.
현재의 노년층은 경제성장기 동안 사회적 상향 이동 경험을 한 사람들의 많은 세대다. 과거 소속계층이 하층인 경우에 상승 이동 경험 확률이 68.7%로 가장 높았다.  또 사회적 상향이동을 경험한 노인일수록 삶의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는데, 상향이동 경험이 있는 층이 48%, 상향이동 경험이 없는 층이 29%로 큰 차이를 보였다.
요즘 ‘성공은 노력보다 수저 색’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성인 10명 중 7명이 ‘성공하려면 노력보다 집안이 좋아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 하고 있다. 우리 속담 중에 ‘개천에서 용(龍)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耳談續簒(이담속찬)’에 ‘渠川龍出乎(거천용출호)’라는 표현에서 유래한다.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경우를 이르는 말로, 어려운 가정의 자식이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올랐을 때 쓰는 속담 중 하나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 말 그대로 ‘노력’이 신분을 결정하던 시절, 살아가기 힘들어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그래도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를 통해 성공할 수 있었기에 나온 말이었다.
당시 부자들만의 특권(?)중 하나인 ‘과외’가 있었으나 요즘처럼 학원문화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교과서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명문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졸업한 뒤에도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러나 ‘흙수저’와 ‘금수저’의 신분 차이가 현저하게 갈리며, ‘수저계급론’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을까? ‘흙수저’로 대물림을 받은 젊은이들이 고액의 사교육비에 부담을 안고, ‘금수저’와의 교육 불평등까지 겪으며, 머리에 띠(努力)를 두르고 그야말로 ‘개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용’으로 태어나기는 그리 쉬운 시대가 아니다.
다행히 명문대학에 입학해 ‘개천에서 나는 용’의 기준에 맞춰 훌륭한 스을 디자인했지만 복(福)에 겨운 ‘금수저’의 갑질과 텃세에 밀린 ‘흙수저’들이 좌절하고 맥 빠지는 시대다. 심각한 소득격차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회의 불평등은 자녀 교육과 계층이동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자녀 교육과 관련, 소득계층에 따른 격차가 대단히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조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17조8000억원으로, 초등학교 7조5000억원, 중학교 5조2000억원, 고등학교 5조1000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학생 1인당 월평균 24만2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소득계층의 격차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학벌사회다 보니 중·고졸보다는 대졸이 사회적으로 우대를 받고, 대졸 중에서도 소위 명문대 출신들이 사회 경제적인 지위가 높다는 사실이 이처럼 고액의 사교육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학벌’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변화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추진하는 핵심 국정과제인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국가직무능력표준)사업이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내년까지 302개 전체 공공기관에 이 사업이 도입될 예정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수저계급론’에 좌절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고군분투(孤軍奮鬪)가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믿는다. ‘노력은 꿈을 실현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명언처럼, 많은 청년들이 노력을 통해 개천에서 ‘용’으로 태어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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