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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전략적 이익 추구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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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전략적 이익 추구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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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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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양국)의 호상(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ASEAN)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24일(현지시간) 밤 라오스 비엔티안의 호텔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1시간가량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한미의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이다.
왕 부장은 "우리가 동료이기 때문에 의사 소통을 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중관계를 수호하기 위해서 한국 측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 들어보려고 한다"고 요구했다. 왕 부장이 '실질적인 행동'을 언급한 것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할 것을 사실상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사드 배치 프로세스가 한중 양자관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도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사드 배치가 반드시 중한 양국의 상호신뢰를 훼손시킬 것"이라는 왕 부장의 발언 내용을 소개했다. 왕 부장은 "사드는 결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틀림없는 전략적 문제"라며 "사드가 끝내 한국에 배치될 경우 한반도 정세와 지역 안정, 중한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로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결정했으며 이는 책임있는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윤 장관은 사드가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 등 우리의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왜 해치지 않는지에 대해 상세하고 당당하게 설명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말했다. 윤 장관은 '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뽑아 없애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추신지불(抽薪止沸), 전초제근(剪草除根)'을 인용했다. 문제의 근원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장관은 또 고사성어 '봉산개도 우수탑교'(逢山開道 遇水搭橋·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를 들며 "양국이 여러 도전에 직면할 수 있지만 특정 사안으로 관계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양국은 당초 회담 모두 발언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회담 직전 중국 측의 요구로 이를 공개했다고 한다. 또 왕 부장은 윤 장관의 모두 발언을 듣던 중 굳은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거나 턱을 괴는 모습을 드러내 노골적인 '불만 표시'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중국 측은 우리 측이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경우 양국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언급하면서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양국 간 이런 냉기류는 앞으로 중국의 여러 직간접인 대응 조치로 나타날 것이다. 중국 산둥 성 칭다오시가 이달 27일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 페스티벌 참가 계획을 갑자기 취소한다고 통보한 것도 그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25일에는 이번 ARF를 계기로 2년 만에 북한과 중국 간 외교장관 회담이 라오스에서 열렸다. 앞서 리용호 신임 북한 외무상과 왕이 부장은 비엔티안에 도착할 때도 같은 비행기를 이용했고 숙소도 같은 곳을 정해 양국 간 친밀감을 과시했다. 중국과 북한이 빠르게 관계개선에 나서는 모양새가 양국 간 고위급 교류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전략적으로 북한을 활용할 것이고, 북한도 국제사회와 중국 간 북핵 공조의 틈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던 만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는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했다. 그런 만큼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원칙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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