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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출입 카지노, 폐광지역 생존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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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출입 카지노, 폐광지역 생존권 위협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8.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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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국인 카지노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모양입니다. 강원랜드에 가보면 약이 아니라 병을 만들던데 말이죠.’
요즘 세계적으로 카지노 산업이 불황이다. 미국에서는 문 닫은 카지노가 생겼고 라스베이거스는 가족 중심의 복합리조트 개념이 강조된 지 꽤 됐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반부패 운동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카지노는 직격탄을 맞았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인터넷 도박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카지노 비즈니스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해외 카지노 자본이 눈독 들인 곳은 한국. 그들은 국내에서 ‘카지노 르네상스’를 구가하려 한다. 이유는 단 하나.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오픈카지노’ 때문이다. 현재 국내 카지노 17곳 중 내국인 이용이 가능한 곳은 2000년 개관한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폐광 지역 발전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우리 법체계상 카지노업 허가는 일반법인 관광진흥법에 근거하여 정부의 판단에 따라 운영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하지만 내국인 출입은 금지되어 있고 다만 특별법을 통한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그것이 바로 폐광지역 중 경제사정이 특히 열악한 지역 한 곳에만 허가된 강원랜드 카지노가 유일하고 그 존속기한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한 한시적 폐광지역 특별법이다.이러한 유일한 예외인 내국인 출입 카지노업허가와 관련하여 최근 ‘새만금사업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일부 국회의원들에 의하여 발의돼 폐광지역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새만금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 추진에 대해 지역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잠잠하던 ‘내국인 출입 카지노(오픈 카지노)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전북 군산)이 지난 2일 새만금지구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오픈 카지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17일에는 ‘새만금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전북 지역 시민단체, 국내 유일의 오픈 카지노 운영업체인 강원랜드와 폐광지역 사회단체, 강원도 등이 잇따라 반대 성명을 내놨다.
오픈 카지노 허용 논란은 작년에도 뜨겁게 일었다. 세계적인 카지노 그룹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이 지난해 부산 북항재개발구역에 ‘세미 오픈 카지노(내국인 부분 출입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개발에 5조원의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부터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에 맞춰 정부에 꾸준히 카지노 허가 요청을 해 오고 있다.
문제는 논쟁 내용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찬성 측은 해외 거대자본 유입으로 개발사업이 살아나고, 막대한 고용 유발 효과도 기대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를 대표적 성공사례로 내세운다. 싱가포르가 국민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반대하다가 강력한 보완책을 세워 카지노를 허용해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반대 측 논리도 한결같다. 도박 중독자 양산, 카지노 허용 지역 퇴폐화, 운영수익의 분배 효과 미흡 등 부작용만을 강조한다.
국내 웬만한 복합단지 계획에는 카지노 아이템이 들어 있다.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집객시설이어서다. 핵심 주력시설은 아니다. 대부분 전체 개발 연면적의 3~5%에 불과하다. 그런데 카지노 유치 얘기만 나오면 마치 복합단지 전체의 생사를 결정짓는 주력 요소로 부각된다. 이에 대한 1차 책임은 사업시행자들에게 있다. 국내 복합단지 계획안의 상당수는 ‘천편일률적’이란 지적이 많다. 복합단지의 ‘필수시설(호텔 컨벤션센터 오피스빌딩 상가 레지던스 주택 등)’을 잔뜩 늘어놓은 경우가 많다. 복합단지는 그 자체가 웬만한 도시다.
기획 단계부터 강렬하고 독창적 테마로 존재감을 살리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그런 다음 카지노를 ‘양념’으로 채워야 한다. ‘무색무취’ 복합단지에 카지노만 넣는다고 개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다.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의 성공 요인을 ‘카지노 허용’으로만 부각시키는 것도 왜곡된 평가다. 이 단지는 카지노 외에 본질적 성공 요인이 여럿 있다. 세계 최초의 초고층 바다 조망 옥상 수영장, 탁월한 건축 디자인과 액티브한 건물 배치 등으로 완공 이전부터 세계적 주목을 끌었다. 이런 상태에서 ‘세미 오픈 카지노’를 가미한 것이다.
개발사업에서의 ‘카지노 수용 논쟁’이 이번엔 진지하고 생산적으로 이뤄지기 바란다. 지방자치단체, 개발업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 논쟁 주체들은 맹목적 금기와 카지노 효과의 과대평가를 자제하고 냉정하고 합리적 태도로 임했으면 좋겠다. 국내 사업시행 주체들도 이번 기회에 개발 수준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체불명의 복합단지를 기획해 놓고 카지노로 회생시키겠다는 자세도 고쳐야 한다.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유치 명분은 지지부진한 새만금 개발을 앞당기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새만금 지구 개발 진전과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대응하려면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같은 복합카지노 리조트 도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복합 리조트가 건설되면 향후 5년간 일자리가 23만개 창출되고 생산유발 효과 23조 5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8조 9000억원에 세수도 해마다 1조원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게 김 의원 측의 추산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부정적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사행산업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우려, 2025년까지 내국인 카지노 독점 운영권을 가진 강원랜드의 반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 갈등 요인이 잠복해 있다. 지역 내에서도 “내국인 대상 도박산업의 빗장을 열면 지역사회가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강원랜드는 ‘입법 포퓰리즘’이라며 극력 저지를 선언했다. 부산,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오픈 카지노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새만금에만 허용할 경우 지역 간에 충돌이 생길 우려도 크다.
텃밭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한 국민의당의 충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경제적 효과만을 생각해 도박산업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다. 24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간척지인 새만금에서 카지노만이 미래는 아닐 것이다.
바다를 메워 국토를 확장한 새만금간척지는 그 성격이 폐광지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1989년부터 광산이 폐쇄되면서 폐광지역과 주민들은 모두 죽음과 마주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카지노다. 그러나 새만금간척지는 어떤가. 1991년부터 24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새만금 개발은 농수산업시범단지 조성과 항만 등 SOC 확충이 목표였다.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4만100ha의 용지도 새로 생겼다. 역사적 배경이 전혀 다른 것이다. 새만금간척지에 계획했던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다고 해서 타 지역의 생명줄을 빼앗겠다는 것은 얄팍한 지역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새만금 위상에 걸맞게 지속성장이 가능한 방도를 찾는 것이 지역과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카지노는 사행산업 중 가장 중독성이 강하고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산업이다.막대한 운영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달콤한 환상만으로 추진하는 것은 뒤이어 닥쳐올 부정적인 역작용을 고려하지 않는 너무나도 성급한 사고라고 할 수 있다.흔히 알코올 중독은 ‘가족 병’, 도박 중독은 ‘사돈의 팔촌 병’이라고 한다. 그만큼 도박의 폐해가 극심하다는 뜻이다. 카지노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사회 전반의 손실은 몇 십 배다. 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카지노 등 도박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78조원이다. 오픈카지노 허용 여부의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 발의는 ‘폐광지역의 생존권’을 뒤흔드는 행위다. 따라서 이 문제는 ‘폐광지역의 생존권을 지키느냐 잃느냐’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어느 한 지역에 국한시켜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새만금엔 카지노가 없어도 되지만 폐광지역은 다르다. 석탄산업 합리화정책 이후 나타난 폐광지역의 실상이 이를 증명한다. 새만금 특별법 발의를 계기로 폐광지역은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됐다.정부가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인정한 사업으로 전국 하나로도 족하다.더 이상의 내국인출입 카지노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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