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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준다’ 속아 외딴섬 ‘염전노예’ 된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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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준다’ 속아 외딴섬 ‘염전노예’ 된 장애인들
  • 백중현기자
  • 승인 2014.02.09 0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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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딴 섬으로 팔려가 수년간 강제노역을 해온 장애인들이 경찰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6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성실하게 일해온 채모 씨(48)는 더 나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 지난 2008년 전남도 목포의 직업소개소 직원 고모 씨(70)를 따라 신안군의 한 외딴 섬 염전으로 가게 됐다. 그러나 염전 운영자인 홍모 씨(48)는 채씨를 하루 5시간도 채 재우지 않으면서 소금 생산은 물론 벼농사, 신축건물 공사 잡일, 각종 집안일을 시키면서도 월급 한 푼 주지 않았다.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할 수 없었던 채씨는 수년간 노예처럼 일만 해야 했다. 시각장애 5급인 김모 씨(40)도 2012년 7월부터 같은 염전에서 채씨와 함께 일했다. 2000년에 과도한 카드빚을 지게 되자 김씨는 가족에 짐이 되기 싫어 가출해 10여 년 공사장을 전전하며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생활을 해오다 꼬임에 빠졌다. 2012년 7월 노숙자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직업소개업자 이모 씨(63)가 좋은 일자리를 구해주겠다고 하자 그 말을 믿고 이씨를 따라갔다가 채씨와 같은 처지가 됐다. 고된 염전 노동과 폭행에 지친 김씨는 채씨와 함께 섬에서 빠져나오려고 세 차례 시도했지만 매번 발각돼 매질을 당해야 했다. 이들은 홍씨로부터 심한 협박을 받고 겁에 질려 더 이상의 탈출 시도는 포기했다. 염전에서 일하는 다른 지역 출신 근로자들이 워낙 많은 탓에 섬에서 김씨와 채씨를 이상하게 여기는 주민조차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씨가 홍씨의 감시를 피해 ‘섬에 팔려와 도망갈 수 없으니 구출해달라’는 편지를 어머니(66)에게 보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탐문에 나서고서야 이들은 노예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확한 주소를 특정할 수 없었던 경찰은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해 섬 곳곳을 탐문수사한 끝에 지난달 28일 염전에서 일하던 김씨와 채씨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다. 김씨는 1년 6개월, 채씨는 무려 5년 2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김씨는 어머니와 헤어진 지 14년 만에 상봉해 함께 귀가했고 채씨는 가족과 지낼 형편이 못돼 영등포 소재 쉼터에 자리를 잡았다. 경찰은 이들을 유인한 직업소개소 직원인 고씨와 홍씨를 영리약취·유인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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