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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도 다이어트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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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도 다이어트 할 때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7.05.0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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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20곳의 지방 중소도시에서 인구는 줄어드는데 빈집과 기반시설은 남아도는 '도시 축소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방치되는 부동산도 증가하는 도시를 일컫는 '축소도시'는 1980년대 독일 학계에서 개념이 나온 이후 전 세계적으로 현재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축소도시는 강원도에는 태백·동해·삼척 등 3곳, 경상북도 영주, 안동, 문경, 상주, 구미, 영천, 경주 등 7곳. 또 충청남도에는 공주·보령·논산 등 3곳, 전라북도에 익산·김제·정읍·남원 등 4곳, 전라남도에 나주·여수 등 2곳, 경상남도에는 밀양 1곳이 있다. 20개 도시 모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14%인 고령화 사회 이상 단계에 들어있다고 분석했다.


이중 삼척, 공주, 보령 등 9개 도시가 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14~20%), 정읍, 남원 등 6곳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20% 이상)에 도달했다.


모든 축소도시의 공가율(빈집 비율)이 전국 평균인 6.5%를 넘어섰다. 평균의 2배를 넘는 13.0%보다 공가율이 높은 곳도 4곳(태백, 삼척, 나주, 영천)에 달했다. 여수, 나주, 경주 등 7개 도시에서는 최근 10년(2005~2015년)간 빈집 수가 연평균 6.0% 이상씩 급격히 증가했다.


이들 축소도시는 2015년 기준으로 재정자립도가 3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읍, 남원, 김제, 안동, 상주 등 5곳은 재정자립도가 1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재정자립도가 눈에 띄게 악화한 곳은 익산과 김제로, 각각 자립도가 연평균 4.5%, 3.4%씩 감소했다.
국토연구원은 권역별로 최근 10년간 인구변화율이 낮은 곳인 삼척, 상주, 김제, 보령의 주민 61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3.0%가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인구감소를 실감하게 하는 현상에 대한 질문에 33.9%는 '도시를 떠나는 사람이 많을 때', 33.3%는 '빈집이 많아질 때'라고 답했다.


이어 '관리되지 않는 시설이 많아질 때'(11.7%), '버스나 철도 노선이 없어질 때'(10.6%),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이 문을 닫을 때'(6.1%) 등 순으로 답했다. 응답자의 66.3%는 인구감소의 원인으로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전 연령에서 일자리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는데, 이런 경향은 사회 초년생인 30대(응답률 76.5%)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그외 12.6%는 '출산율 저하', 8.3%는 '기반시설 부족'이라고 답했다. 축소도시에서 앞으로 나타날 가장 심각한 문제에 대해 응답자의 48.7%는 '안정된 소득원과 일자리의 부족'이라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 '노인층 의료·복지 문제'와 '지역공동체 소멸'이 각각 19.0%, 14.1%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러나 기초생활 서비스 이용과 관련한 만족도 조사에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46.8%를 차지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응답자의 34.9%는 거주지 주변에 유휴·방치 부동산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방치되는 부동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지역공동체 붕괴'(64.8%), '범죄장소로 악용'(24.4%)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지방 중소도시는 지속해서 인구가 줄고 빈집과 유휴시설이 점차 확산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 성장 위주의 도시계획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와 정책방안 연구’는 차기 정부에서 고민해봐야 할 중요한 연구자료가 아닌가 싶다.


지자체의 경쟁적인 성장위주의 도시기본계획 수립은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도시 기반시설과 외연을 확장하다보면 혈세 낭비가 불가피해진다.


선출직 단체장 입장에서 도시축소는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꺼리고 싶을 것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도시팽창에 경쟁적이라는 점은 국가차원에서도 큰 낭비다.


가장 기본적인 접근방식에서 시작돼야 한다. 집에 가족이 줄어들면 큰 평수가 결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도시기본계획은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성장이 예상되고 현실화되는 도시는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지만 쇠퇴하는 도시에도 같은 수준의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을 만들기 마련이다.


지자체는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모른척 해주고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역할을 했던 세계적인 자동차·공업도시로 잘 알려졌던 ‘디트로이트시’는 산업기반 붕괴와 인종문제 등으로 심각한 도시축소 현상에 직면했고, 결국 파산을 맞이한 교훈을 우리는 되새겨 볼 시점이다.


줄어드는 인구에 적합한 규모로 도시를 축소해 공급과잉 상태에 이른 주택시장 안정화와 공공서비스유지·관리비용을 절감하는 도시다이어트가 제안되고 있다.


지자체 스스로도 인정하고, 필요성에 공감하는 대목일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인구성장치를 토대로 성장위주의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자체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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