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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 당국의 인식 전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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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 당국의 인식 전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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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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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공급과잉 문제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남아도는 쌀 5만t을 개발도상국에 지원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외교부는 식량원조협약(FAC) 가입안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으며, 앞으로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 연내 국내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량원조협약은 세계 식량 안보 증진과 인도적 목적의 식량 지원을 목표로 한다.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호주 등 14개 국가가 가입했다. 회원국들은 물량 또는 금액 기준 최소 원조 규모를 서약한 뒤, 현금 또는 곡물(쌀 포함), 긴급구호 물품 등을 제공한다.


국내 절차를 마친 후 FAC 사무국에 가입 신청서 제출 및 가입승인, UN 사무국에 가입문서 기탁 등 추가 절차를 거쳐 가입이 완료된다. 정부는 식량원조협약 가입 이후 내년 약 5만t(460억원) 규모의 국산 쌀을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개도국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외 원조가 이뤄지게 되면 매년 20만∼30만t에 달하는 쌀 공급과잉 물량의 최대 25%에 해당하는 쌀이 소진돼 1만㏊의 농지를 휴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우리 농민들의 값진 결실인 쌀을 통해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빈곤국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고 국내 쌀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외원조도 일시적으로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젠 쌀 공급과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의 쌀 생산량은 420만t으로 적정량 390만t을 30만t 초과했다. 햅쌀 출하 시기 쌀 값(80㎏당 12만9700원)은 20년 전인 1996년(80㎏당 13만6천700원)보다 쌌다. 햅쌀 출시를 앞둔 요즘 산지 가격은 1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공급과잉이 해마다 되풀이되면서 정부의 쌀 재고도 지난 3월 말 현재 229만t에 달해, 적정량(80만t)의 세 배에 근접했다. 쌀이 남아돌고 가격이 폭락하는데도 쌀 생산이 줄지 않는 것은 쌀값 하락분을 정부 예산으로 메워주는 직불금 제도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논 1ha당 100만 원을 주는 고정직불금제와 목표 쌀값에 시장가격이 미치지 못하면 차액의 85%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쌀 과잉생산→가격하락→직불금 보전→과잉생산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조3000억원대의 직불금을 비롯해 공공 비축미 매입비용, 재고 쌀 보관비용 등을 합쳐 올 한해에만 3조25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고 한다. 쌀 200만t의 보관비용만 연간 6000억원이 넘게 든다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궁여지책으로 남는 쌀을 빈곤국에 원조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 쌀 재배면적과 생산 자체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검토해야 할 때다. 정부는 쌀 대신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생산조정제를 내년에 도입한다고 한다. 만성적인 쌀 과잉생산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직불금제를 그냥 두고는 생산조정제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단계적으로 직불금을 축소하면서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농정 당국의 인식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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