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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13 지방선거,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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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13 지방선거, 여론조사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5.3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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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각기 다른 색깔의 옷을 입은 후보자들이 아침마다 건널목에서, 로터리에서 유권자에게 눈도장을 찍기 분주하다. 현직들은 지난 임기 동안 뻣뻣했던 머리를 조아리고, 새 인물들은 자신의 경력과 공약을 내세우기 바쁘다. 정치적으로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어디 중요하지 않았던 선거가 있었던가. 다가오는 6·13지방선거는 피폐해진 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되살리고, 나아가 중앙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인 정치적 모멘텀의 계기가 돼야 한다.흔히 선거는 최악을 배제하기 위해 차선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혼탁한 선거 분위기를 냉소와 실망, 불신의 눈초리로 대하기보다는 이번에야말로 유권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은 정확하고 공정한 선거 보도와 심층적인 논평을 통해 독자들의 올바른 정치적 판단에 도움을 줘야 한다.
 
10여년 전부터 여론조사는 선거 판세나 결과를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거보도의 고질병인 경마식 보도를 치장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여론조는 현상을 설명하는 좋은 방법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정교하게 준비한다면 결과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 사회현상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는 후보 간 순위를 알려주기 때문에 결정을 미룬 유권자가 마음을 정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선 이를 침묵의 나선형이라고 부른다. 또 하나는 선두에 선 사람을 부각시킴으로써 반대편에 섰던 유권자까지 그에게 쏠리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선전 선동 이론에서 이를 밴드왜건 효과라고 부른다. 또 열세에 놓인 후보에 초점을 맞춰 유권자의 연민이나 감성을 촉발하거나 강자에 대한 견제심에 호소해 결과를 뒤집는 언더독이란 것도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여론조사가 완벽한 방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표본추출이나 조사방법, 시기, 질문문항 등에 따라서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선거 캠페인에서 가장 활발하게 여론조사를 이용하는 미국에서도 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 낙선 예측, 40년대 투르만 대통령 낙선 예측 등 터무니없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도 숱하게 많은 조사를 했지만 정확한 예측은 손꼽을 정도다. 출구조사까지 빗나간 것을 보면 여론조사가 얼마나 불완전한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렇기 때문에 여론조사 보도에는 조사기관, 방법, 오차범위, 신뢰도 등 조사의 타당성이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는 조작도 가능하고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여론조사의 기법이 발달하고 다양해졌지만 올바른 정보제공을 위해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보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기저에는 여론조사 보도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여론조사의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예비후보들이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심지어 언론사를 고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과연 선거여론조사를 어느 선까지 믿어야 할까?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CNN 등 주요 언론사들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공화당 트럼프가 당선됐다. 폭스뉴스 등 일부 언론사를 제외한 대다수의 언론사 여론조사가 모두 빗나간 것이다. 미국여론조사연합회는 이와 관련, 여론조사가 완전히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다.
 
이처럼 선거여론조사가 틀리는 이유는 응답률이 낮은 데서 찾을 수 있다. 응답률이 10%라는 것은 응답하지 않은 90%의 의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가 전체 유권자의 뜻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70년대 응답률이 80%가 넘었지만 1997년 36%, 2014년에 8%로 떨어지면서 선거예측조사가 틀리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자치단체장 선거가 부활된 1995년에는 40% 수준이었던 응답률이 최근에는 5% 안팎으로 낮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4~6% 수준이다. 2% 이하도 있다. 이와 함께 여론조사에 대한 공신력을 의심하게 하는 것은 ‘여론조사 질문’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E. J. 디오니 및 토마스만 연구원은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의심받게 만드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이라고 꼽았다.

어느 한쪽이 유리한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질문을 교묘히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기초자치단체장 적합도 여론조사를 하면서 “지방자치행정 대상을 수상한 000시장이 00시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하는 식이다.표본추출에도 문제점이 있다. 국내 선거여론조사에서는 모집단에서 표본을 추출할 때 대부분 성별,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에 맞게 표본을 강제로 할당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경우 강제 할당된 표본을 모집단에서 무작위로 뽑지만 일부 특정 계층이 여론조사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기관에서 특정 지역에서 선거여론조사를 시작하면 후보측에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하여 SNS나 문자 메신지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여론조사 내용을 알리고 응답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선거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면 대부분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아 이 빈자리를 특정후보 지지자들로 채워지면서 여론조사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응답자들이 연령을 속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여론조사가 부정확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선거 때마다 청년층과 장·노년층의 표심이 달랐기 때문에 연령대별로 표본을 강제 할당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전화로 여론조사를 할 경우, 노년층 응답자들이 장년층으로, 청년층 응답자가 장년층인 것으로 나이를 속여도 알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선거여론조사의 실상이 이러한데도 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에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해도 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가 올바른 선거정보를 주는 것인지, 여론 조작에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으로 히틀러를 독재자로 만드는 데 기여한 괴벨스가 “여론은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선전을 통해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도 괴벨스와 같이 미디어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유권자는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는 총선과는 달리 순수 정치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유능한 행정인을 선택하는 선거다. 즉 유권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살림을 도맡아서 해야 할 일꾼을 뽑는 것이고, 동시에 그들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또 교육감 선거는 내 자식을 가르치는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교육행정의 수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지방정부의 리더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훌륭한 리더를 가진 나라나 기업은 크게 발전할 수 있지만 무능한 리더를 가진 조직은 정반대로 기업이 망하거나 조직의 구성원이 많은 고생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1970년대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영국은 마거릿 대처라는 리더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도산 위기에 빠졌던 크라이슬러는 리 아이어코카라는 걸출한 리더의 등장과 함께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만성적 어려움을 벗어나고 있고, 수많은 비판에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의 리더십 아래 최고의 경제호황을 기록하고 있다.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번 지방선거가 집권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 치러지는 만큼 무엇보다 집권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피하기 어렵다.
 
또 유권자는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일치하는 정당의 후보에 투표하기도 하고, 후보자 개인의 능력이나 가능성을 보고 투표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소 불합리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 호불호나 친소관계, 학연이나 지연 등 관계적 특성에 따라 자신의 표를 행사하기도 한다. 어떤 기준에 의해 투표를 하든 유권자의 선택은 그 자체로 존중될 것이고, 귀중한 한 표가 모여 집단의 선택이 이뤄질 것이다.
 
각자가 누구를 지지했든 상관없이 집단의 정치적 선택은 그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는 경우, 특히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누가 내 고장의 살림을 맡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누가 내 아이의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가를 잘 따져 선택해야 한다. 선택의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도 역시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은 책임이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자기 만족이나 명예, 출세를 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력을 탐하지 않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가짐이 올바른 목민관이 되는 첫걸음이며 이를 위해서는 ‘민초들의 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민들이 마음속에 품은 말을 할 수 있고 마음놓고 부리거나 일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복심’이 될 만한 후보가 누구인지 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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