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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거수기'라고 비판을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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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거수기'라고 비판을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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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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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이 지난해 개최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의 안건 찬성률이 100%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여전히 이들이 '거수기' 역할을 하면서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지난해 57개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 계열사 251곳의 사외이사 활동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2908회의 이사회에서 6350건의 안건을 의결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의 찬성률은 무려 99.66%로, 전년(99.62%)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결과 보류는 각각 7건에 불과했다.


부결은 KT 2건을 비롯해 삼성과 SK, 롯데, KT&G, 태영 등에서 각 1건 등이 나왔고, 보류는 포스코와 농협이 각 2건이었고 SK와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5곳에서 각 1건이었다. CEO스코어는 "46개 그룹은 지난해 이사회에서 부결이나 보류가 단 한 건도 없이 100% 찬성을 기록했다"면서 "100% 가까운 찬성률로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거수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의 출석률은 포스코와 교보생명, SM, 하이트진로 등이 100%였다. 이랜드는 65.6%로 가장 저조했고, 동원(76.6%)과 유진(85.1%), 농협(85.2%), 셀트리온[068270](87.7%) 등도 비교적 낮았다. 안건별로는 사업·경영 관련이 전체의 29.2%(1853건)로 가장 많았으며 ▲ 인사 17.9%(1138건) ▲ 특수관계자 및 주주와의 거래 16.2%(1027건) ▲ 자금 조달·대여 16.1%(1022건) ▲ 정관의 제·개정 6.3%(403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자금 조달·대여는 재무상태가 좋지 않거나 불안정한 계열사를 가진 그룹이 주로 상위에 올랐다.


이러니 재벌사 사외이사들이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집단 사외이사는 총수나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총수 일가가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나서거나 경영과 관련해 잘못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거의 없는 듯하다. 이는 재벌사들이 사외이사를 주로 '바람막이'용으로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법원, 공정거래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주요 권력기관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포진하고 있는 이유다. 이들 사외이사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유지하려면 총수의 눈 밖에 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가능하면 반대 의견을 자제하게 된다. 권력기관 출신이 아니라면 총수의 대학 동문, 해당 그룹의 전직 경영진 등이 사외이사 자리를 채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절대 권력자인 총수의 결정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구조적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총수 일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총수나 사내이사가 후보추천위 위원장을 맡는다면 제대로 된 사외이사를 뽑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당국은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재벌사들도 사외이사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이사회 안건에 무조건 찬성하는 사외이사보다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외이사가 궁극적으로 기업과 총수 일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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