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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日,변명 바꿔도 경제보복” 對日 강공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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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日,변명 바꿔도 경제보복” 對日 강공 유지
  • 이신우기자
  • 승인 2019.08.09 0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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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핵심소재 수출허가 움직임에도
日 외교해결·조치 철회 압박 지속

<전국매일신문 이신우기자 >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다시 한 번 ‘보복’으로 규정하고 부당한 조치를 철회할 것을 거듭 압박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긴급 소집한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다.


 일본이 조금이나마 공세를 ‘톤 다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시점이지만, 이런 흐름에도 문 대통령이 대일 강공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본은 전날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세칙을 발표하며 기존 3개 품목 이외의 규제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데 이어 수출규제 대상 3개 핵심소재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 신청 1건을 허가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다소 숨통이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일본의 전략적 속도조절이나 교란작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여지를 두는 듯하면서도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자유무역 질서와 국제분업 구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로써 전 세계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지금으로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것이 일본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끌어내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일본 스스로에게도 타격을 입히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보복 조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설령 이익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자국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빨리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고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대일 교역의존도를 줄이고 국내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한국 경제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 노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냉정하게 우리 경제를 돌아보고 우리 경제의 체질과 산업생태계를 개선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히 단기적인 일본 수출규제 대책을 찾는 데에만 매몰돼서는 안되며 이번 사태를 발판 삼아 체질 개선 등을 통해 경제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전날 부품전문 중소기업 SBB테크를 방문해 강소기업 육성, 대·중소기업 상생, 정부의 기술개발 전폭 지원 등을 강조한 것 역시 이런 장기적인 처방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국민경제자문회의 이제민 부의장은 이날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경제 각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한국을 예전 상태로 되돌리려고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부의장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원인을 “아베의 일본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인 자유무역 질서에 빨리 편승함으로써 개발도상국 중 선진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며 “그렇게 된 데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일부 도움이 된 게 사실이고, 당시 일본 당국자는 한일 간에 수직 분업체제를 만들고 그것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그 후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할 수 있었고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한국이 그렇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며 “일본 당국자들 관점에서 볼 때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언급했다.


 과거 경제적인 종속관계를 탈피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경계심과 위기감 탓에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자유무역에 반하는 비상식적인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인식인 셈이다.


 이어 이 부의장은 “냉전 종식 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한국이 성장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한국은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이자 투자대상이 됐고, 그 결과 안보는 미국, 교역은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구도에서 한국은 주요국 중에서 미국·중국 갈등으로부터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나라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고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불확실성 더해진 상태”라며 “이런 여러 문제가 겹치고 정치·경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본 행위로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대응책이 필요하고 아마 정치 쪽에서 해결돼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먼저 경제 쪽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쪽 대책은 통상전략·산업정책·거시경제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며 “당면한 문제가 통상 문제이기에 여기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통상과 불가분 관계인 산업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고, 단기적으로 경기 하강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거시경제정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어려움의 바탕에는 근본적으로 세계질서 변화라는 요인이 놓여 있다”며 “단순히 경제적 요인이 아니고 정치·경제가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서구의 중상주의, 동아시아의 조공무역 때부터 정치·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며 “19세기 자유무역은 영국의 헤게모니와, 20세기 자유무역은 미국의 헤게모니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지난 70여년간 미국 주도 자유무역 질서에 힘입어 번영을 누려왔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대침체가 진행되면서 경제성장은 침체하고 세계화 추세는 역전됐다”며 “대침체로부터 회복되는 듯한 세계 경제는 지난해 말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국제공조가 무너진 게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각국은 국제 공조로 대공황을 막았지만 이후 대침체 장기화로 자국 중심주의가 만연하면서 국제공조가 무너졌다”며 “여기에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중국 도전 문제가 겹쳤다.

   중국은 과거 소련·일본·EU(유럽연합) 같은 도전자보다 훨씬 강해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많은 학자들은 앞으로 미국·중국 관계는 과거 미국·영국보다 영국·독일 관계와 닮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신우기자 lees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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