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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포항시 선제적 제설작업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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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포항시 선제적 제설작업 빛났다
  • 박희경/지방부장, 포항담당
  • 승인 2014.02.11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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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포항 지방에는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81cm(죽장면 상옥리)의 폭설이 내렸다. 이에 따른 피해만도 무려 12억 9800만 원에 육박한다. 눈이 내리는 걸 막을 재간을 가진 자는 없다. 그러나 얼마나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느냐는 사람의 손에 달렸다. 이번 포항 폭설의 예가 그렇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6일부터 재난대비 비상 1단계에 돌입한 포항시는 10일 오전 비상 2단계로 격상하는 등 제설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9일 오후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자 전 직원 비상근무령을 발령하고 전 공무원을 제설작업에 투입했다. 포항시는 제설장비 577대를 총동원했다. 대구시, 해병대1사단 등으로부터 지원 받은 장비 16대와 인력 994명도 힘을 보탰다. 제설작업에 동원된 연 인원이 7000여 명에 달한다. 전국 최초로 청소차에 제설삽날을 부착할 수 있도록 한 다목적 차량도 빛을 발했다. 행정력을 총동원한 셈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제설작업 중인 박승호 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포항시의 선제적인 밤샘 제설작업이 전국적인 모범이 되고 있다”며 “주민들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분발해줄 것”을 당부하는 등 힘을 실어 줬다. 절정을 이룬 10일과 11일 아침 출근길, 예상과 달리 시가지의 교통 대란은 없었다. 지난 2011년 1월 28cm의 적설량에 도심 기능이 마비됐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는 차를 집에다 두고 나온 성숙한 시민의식 탓도 있겠지만 포항시의 선제적인 제설 작업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포항은 적설량에 비해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이다. 이 역시 사명감 투철한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도심에서 벗어난 농어촌과 산간지방의 제설작업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인간의 한계일까? 제한된 인원과 예산과 장비로 눈앞을 가릴 정도로 내리는 눈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천재지변에 대들 만큼 강하지 못한 게 인간이기에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폭설에 대처하는 포항시는 칭찬을 들을만 하다. 폭설이 내릴때 제일 먼저 뛰어 나온 사람들이 공무원들이었다. 이들은 퇴근한 뒤라도 비상이 걸리면 새벽에라도 뛰어 나와 염화칼슘을 뿌리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인도나 경사도로의 눈을 치운다. 아침이 되면 칭찬 받을 수 없는 사정인줄 뻔히 알면서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말없이 현장으로 뛰어든다. 밤새 눈과 사투(?)를 벌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필자는 포항의 미래를 봤다. 금새 식어버리는 커피 한잔으로 언 몸을 녹이며 쉴새 없이 삽질을 해대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부끄러움 마저 느꼈다. 8일 죽장면 가사령에서는 연신 허리를 펴가며 부지런히 삽질을 해대는 이칠구 포항시의회 의장의 모습도 보였다. 10일 연화제에서는 공무원들과 함께 추위에 덜며 작업을 진두 지휘하는 박승호 시장도 봤다. 부지런한 손놀림과 진지한 그들의 표정은 사진 몇 장 찍기 위해 나온 듯한 모습은 아니었다. 리더쉽의 중요성을 깨닫기에 충분했다. ‘차라리 내 땅이었으면 이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어느 공무원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아직도 포항지역에는 주말께 상당량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다. 이왕 고생한 김에 마지막까지 좀 더 힘을 내 줬으면 좋겠다. 막무가내 그들에게 부탁만 해야 하는 것이 염치없는 일인 줄 알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이 없다. 추위와 고된 제설작업에 지쳐있는 그들에게 기자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밖에 없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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