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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국민을 위한 개헌이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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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국민을 위한 개헌이 돼야한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4.11.0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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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森羅萬象)은 모두 제 나름의 존재 의의가 있겠지만,인간은 우선 사람에게 이로운 정도를 따져 사물을 헤아린다. 동물도 붙임성 있으면 가족 일원이 되는 요즘 웰빙시대 세태는 다르지만,원래 개는 짖어 도둑을 쫓아야 하고 고양이는 쥐를 잡아야 밥을 얻어 먹었다. 인간이 만든 제도야말로 실용성이 있어야 존재 가치가 있다. 사회 발전에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 되는 것이라면 버리거나 고쳐야 한다. 근래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와 대통령책임제에 대해 회의를 품은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그래도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어느 제도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이 아직은 버팀목이 된다. 결함이 있다면 고쳐나가면 된다.인간 만사에는 모두 때가 있다. 씨 뿌릴 때,김 맬 때,가을걷이할 때가 따로 있다. 추수할 때 파종(播種)하면 파농(破農)하기 십상이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개헌의 요체는 권력구조 개편이다. 1987년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가 큰 탓이다. 근거도 설득력이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행을 겪었다. 영어(囹圄)의 몸이 됐던 이도 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다. 아들 또는 친인척이 연루된 비리 사건도 그치지 않았다. 헌법상 행정권, 예산권, 입법권, 공무원 감사권 등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것이 주 원인이다.대선이 통상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지기 때문에 정통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만한 수준의 지지를 확보한 대통령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개표 결과 당선자가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순 있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까지 합쳐 따져보면 당선자 득표율은 형편없이 떨어지게 된다. 그 틈을 비집고 낙선 진영은 새 정부 출범 초부터 대선에 하자가 있다느니 트집잡으면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기 일쑤다.정통성이 약한 승자의 권력 독식과 패자의 대선 불복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레임덕도 점점 앞당겨지는 추세다. 대통령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권력구조를 바꿔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탄력을 받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점들이 놓여 있다.개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부정적 입장으로 인해 개헌 논의가 다소 주춤한 상태이지만 올 정기국회가 끝나면 활발해질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놓고 개헌을 외치고 있고, 새누리당 내에도 개헌 찬성론자들이 적지 않다. 내년에는 선거도 없다.하지만 정치권이 자신들의 권력을 확대하기 위해 개헌을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점은 우려스럽다. 쉽게 표현하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를 들어 대통령의 권력 일부를 빼앗아 국회로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 속내도 이미 알려져 있다. 여야 공히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차제에 헌법을 개정해 권력을 나눠가지려는 의도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차기 대권에 근접한 절대 강자가 없는 현실이 정치권의 개헌론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이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총론에는 의견을 함께하면서 개편 방향이라는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각 정파의 이익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 싶다.하지만 국민이 뒷전으로 밀려난 ‘그들만의 개헌’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국회의원 기득권 지키기에는 공조를 과시하면서 민생은 소홀히 다루는 작금의 정치권에 권력을 더 주자는 데 선뜻 동의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들이 외면하면 개헌은 실현 불가능하다. 국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기 위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강도 높은 자기혁신이다. 상생과 타협의 정치는커녕 대립과 반목의 정치를 일삼고, 특권을 악용해 손바닥 뒤집듯 법을 어겨온 지금까지의 구태들로 인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런 상태로는 개헌론이 추동력을 가질 수 없다. 개헌을 주장하기에 앞서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당분간 불신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쇄신과 변혁에 매진하는 게 옳다.개헌을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개헌을 하려면 논의부터 시행까지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와 남북관계가 안정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개헌 논의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찬성하지 않는다. 병행해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다만 국민 감동이 개헌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정치권이 유념하길 바란다. 국민들이 ‘정치권이 정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집단으로 변모했구나. 저 정도면 나라를 위한 새로운 권력구조를 만들 수 있겠다’고 평가할 정도로 자기 살을 과감히 도려내는 작업이 절실하다. 그래야 정치권이 개헌의 주체로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고, 나아가 개헌론도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그동안 시민사회 논의에서 주목을 끌었던 국민에서 시민으로 헌법 주체의 전환, 시민의 기본권 조항 강화, 통일과 영토 조항 수정, 선거제도 개편과 경제민주화 강화 여부 등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었고, 정·부통령제를 포함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할 것인지,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서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의원내각제로 전환할 것인지 등의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물론 헌법은 시민의 기본권과 권력구조라는 두 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정치질서와 그 운영원리를 규정한 기본문서이기 때문에 사회개혁을 말할 때 자연스럽게 관심의 초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개혁이라는 복잡한 과제가 개헌이라는 단일한 구호로 수렴될 때 두 가지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다. 첫째는 헌법이 갖는 추상성으로 인해 개혁 논의의 현실성이 떨어지고 문제의 지나친 단순화로 사회개혁 논의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이다. 둘째는 시민들이 참여해 추진하는 개혁 논의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정치 엘리트와 전문가들만이 배타적으로 참여하는 단순한 법률의 문제로 전락할 가능성이다.대부분의 시민들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이 헌법의 불완전성 때문에 생겨났다고 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는 헌법 41조 3항에 따라 특별히 개헌을 하지 않더라도 당장 필요한 선거구제 개편과 비례대표 확대 등의 합의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개혁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개혁의 계기로서 개헌 논의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주체의 측면에서 정치권이 아닌 시민사회의 활발한 참여가 있어야 하고, 내용의 측면에서 권력구조 개편이 아닌 더욱 다원화된 민주화 이후의 시대를 반영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 가치에 대한 논의가 중심을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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