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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펙을 버리고 창의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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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펙을 버리고 창의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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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6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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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만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대학생들이 학력학점자격증 같은 ‘스펙’ 쌓기에 쏟아 붓는 물질시간적 투입 비용은 눈물겨울 정도로 심각하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취직에 필요한 ‘3종세트’로 학벌학점·토익점수를 들고 있다. 어학연수와 자격증을 더하면 '5종 세트'로 불리고, 공모전 수상과 인턴 경력을 쌓아 놓으면 '7종 세트'가 된다고 한다.

대학 졸업자 35명의 이력서를 살펴본 결과 대졸자 평균스펙을 갖추는데 무려 4천2백69만원이나 든다고 하니 국가적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년이면 대학을 졸업하는데도 불구하고 5~6학년 재학생들이 늘어나고 졸업을 미루는 이유는 이러한 스펙을 쌓으려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취업정보 홈페이지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 11백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졸업유예’를 한 경험이 있거나 할 생각이 있는가'란 질문에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과반수 이상(53.2%)이 됐다고 한다.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스펙을 없애고 인성열정창의력을 테스트하는 이른바 ‘블라인드(Blind) 채용’ 방식을 확대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정부가 강력 추진하는 구체적인 교육 중 하나로 산업현장에서 직무역량을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들 수 있다. NCS는 정부가 산업현장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이론교육을 줄이고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교육을 많이 해보자는 데서 출발한 제도로, 고교와 전문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립한국교통대를 비롯 일부 4년제 대학에서는 NCS 기반의 교과과정을 도입해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이 주축이 돼 NCS 교과과정 도입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도 확대하는 추세다. 실제로 정부합동으로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산학협력 10대 중점과제에 NCS도입 확산을 포함시켰고 올해부터 대대적인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

또 하나 사례는 대학 산학협력 체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교육의 패러다임도 창의적 상상력을 일깨워 주는 방향으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창의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산학협력을 더욱 활발히 추진하고 정부에서도 대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하려는 정책에 박수를 보낸다. 벤처기업가로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나 마이그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은 대학 중퇴자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이 정작 요구하는 인재상은 아무래도 창의력 열정 도전 등을 갖춘 창조적 인재일 것이다. 이런 인재선발을 위해 금융권의 채용방식이 올 상반기부터 확 달라졌다. 국민은행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은 입사원서에 봉사활동 인턴경력 학점 자격증 등의 코너를 없애기로 했다. 대신 인문학적 소양과 품성이 바르고 원칙과 신뢰에 바탕을 둔 면접전형을 시도하겠다고 한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전력이 올해부터 과도한 스펙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지원서에 성명 연락처 등 최소한의 정보만 기재하는 ‘스펙초월 전형’을 도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학벌보다는 능력중심사회를, 이론보다는 현장중심 인재가 존중받는 채용시스템을 만들라는 주문을 간과해선 안된다. 대학공시 자료에 보면 전국 대학의 B학점 이상이 90%나 된다. 이 지경이라면 이미 대학의 학점 변별력은 무의미해졌다.

토익점수 900점 획득자가 영문으로 자기소개서 한 줄 제대로 못쓰고 말도 제대로 안된다면 이 점수 있으나 마나다. 각종 자격증도 보유자와 미보유자 사이에 뚜렷한 차별성이 담보되지 못하면 역시 무용지물이다. 스펙보다는 능력중심의 채용구조가 조속히 정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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