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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보강.구축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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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보강.구축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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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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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돌고래호 침몰과 관련 해경이 초기에 사고 현장에 접근해 구조활동을 벌였더라면 대형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선박 관제의 허점과 초동 대처 부실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지난 5일 오후 7시 38분 돌고래호(9.77t)는 선장 김모 씨(46)가 신고자인 돌고래1호 선장 정모 씨(41)와의 통화에서 다급한 남긴 말을 끝으로 통신이 끊겼다. 한시가 다급한 상황에서 해경은 공식 사고를 접수한 오후 8시 40분 전에도 돌고래호의 이 같은 이상징후를 포착해 놓고도 길게는 40분간 손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7일 공식 브리핑에서 "오후 8시 25분 돌고래1호의 선장 정씨가 상추자도 출장소를 재차 방문, '전화연락이 안 된다'며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씨가 전남 해남으로 가다가 기상악화로 귀항한 직후인 오후 8시께 입항 신고를 위해 출장소를 찾은 자리에서 "돌고래호와 전화가 안 된다"고 말한 후였다. 해경 추자안전센터는 돌고래호의 출항 사실과 V-PASS도 확인, 항적이 오후 7시 39분에 최종 소멸했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오후 8시∼8시 40분은 조금이라도 이른 시각에 돌고래호의 낚시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설 수 있었던 골든타임이지만 해경은 어떠한 의심 없이 그저 흘려보낸 것이다. 해경은 이에 대해 "정 선장이 입항 신고를 위한 방문에서 돌고래호 선장이 전화가 안 되자 불통 지역을 지나가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V-PASS를 확인해 달라고 했던 것"이라며 "정 선장이 사실 이때도 돌고래호가 사고가 났으리라 생각해보지는 않았고 수색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경의 이 같은 해명은 그간 공식 사고 접수 시각인 오후 8시 40분 후에야 돌고래호 통신두절 여부를 확인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데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정 선장은 "해경 추자센터는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는 오후 8시 40분 이전에 돌고래호의 승선 명부를 받아 일일이 전화를 걸어봤으며 이를 봤다"고 했다. 돌고래호 승선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며 통화가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며 사실 확인을 해놓고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해경은 상황보고가 지연됐다는 지적이 일자 신고 시각 전인 오후 8시 39분에 승객과 통화한 사실을 털어놨다. 이평현 본부장은 6일 공식 브리핑에서 5일 오후 8시 40분 돌고래1호 선장 정씨가 추자안전센터에 돌고래호 통신두절 사실을 신고한 후에나 추자센터에서 승선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며 통화가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는 등 사실 확인에 20여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추자안전센터는 신고가 접수된 오후 8시 40분 뒤에도 즉각 제주해경 상황센터에 돌고래호 통신두절 사실을 전파하지 않았다가 20여분 후인 오후 9시 3분에야 조치했다. 해경은 처음에는 정씨가 돌고래호의 상황에 대해 논의를 해보려고 했던 것일 뿐 공식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며 승선인 명부에 있는 1명이 통화해 승선 중임을 확인해줬기 때문에 돌고래호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육상에서는 30분 이내, 바다에서는 1시간 이내에 특수 구조대가 재난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2017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보면서 시스템을 보강하고 구축하면 1시간 내 현장 도착이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모니터링과 같은 기본적인 매뉴얼 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기계를 갖다 놓은들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문제는 시스템상으로나 도상훈련으로는 충분히 구조가 가능한 데도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그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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