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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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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5.10.15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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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공천권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공천 룰’을 둘러싸고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친박계가 거세게 충돌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2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로 시작된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공천권을 놓고 벌이고 있는 당내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여야 대표의 합의에 대해 청와대가 △전화응답률 낮아 조직선거 가능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세금 공천’ △전화 여론조사와 현장투표의 차이 △당내 의견수렴 절차부족 등 ‘5대 불가론’을 제기하면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비판으로 촉발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간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그 헷갈리는 ‘안심번호…’에 대해서 일주일 이상 소란스러운 소식들을 접하고 이제야 겨우 본인의 폰 번호를 드러나지 않도록 0505로 시작되는 가상번호를 부여받아서 하는 휴대전화 여론조사의 한 방법임을 깨닫고 있다. 그런데 그 안심번호… 방식이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을 파악하게 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지수는 높아지고 있다. 이 안심번호…가 밀실 공천, 갈라먹기 공천, 뒷거래 공천, 줄세우기 공천 등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전략 공천의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선의를 담고 있지만 선의가 늘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듯이 자칫하면 정치 혁신과 거꾸로 갈 수도 있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판을 보면 특수층의 정치쇼라는 느낌이 든다. 특수층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게 들리지 모르나 지금 우리나라에 분명히 존재하는 현상이다. 이 계층은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독과점하고 상호 긴밀한 인맥과 유착의 고리를 형성해가는 중이다. 위법을 해도 잘 걸리지 않고 걸려도 잘 빠져나가는 것이 이 특수층의 특징이다. 존재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선진국의 경우는 특수층이 어느 정도 도덕적 책무를 이행하는 전통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이씨왕조의 멸망과 일제 식민지배, 해방, 6·25전쟁 등을 통해서 우리사회가 여러번 뒤집어졌다. 현재의 특수층은 그 역사가 짧고 노블레스 오블리지(귀족의 도덕적 의무)가 있는 선진국의 특수층에 비해서는 천박성이 두드러진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공천문제도 특수층들의 천박성을 잘 증명해 보이고 있다. 논쟁의 기준이 정의나 공익이 아니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명분이란 것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것마저 없어졌다. 아주 드러내놓고 한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갈수록 눈에 띄게 후안무치해지고 있다. 전에는 그래도 국가와 국민을 앞세우며 눈치를 보았으나 이제는 털도 안뽑고 먹으려는 식으로 적나라하고 솔직(?)해졌다.
말썽 많은 공천문제도 정당이 공천을 포기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일이지만 절대 놓을 수 없다는 태도다. 새정치연합은 맨날 혁신 혁신하면서 시끄럽기만 하다. 야당의 친노 비노, 여당의 친박 비박 갈등의 공통분모는 밥그릇이다.
안심번호 공천제도 실패다. 이것이 국민공천제의 대안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생소한 제도가 설혹 좋은 공천제라고 하더라도 국민설득에 실패한데다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결국 여야 대표만 지도력의 상처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처럼 누가 후보가 될 것인지, 누가 국회로 갈 것인지를 주민에게 맡긴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국민의 참여도가 낮은 것이 문제지만 이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이 해결할 문제다.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를 포기한다면 민주주의나 의회정치도 어렵다. 국민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치독과점과 부패정치도 막을 수 없고 종국에는 전쟁이나 국가부도, 국민봉기 같은 파국과 재앙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정당이 공천을 틀어쥐면 먹을 것이 너무 많아진다. 공천을 통해서 먹을 것을 챙기고 공천을 통해서 줄세우기를 한다. 줄세우기를 통해서 정권을 잡고 정권을 잡으면 더 큰 먹이가 생긴다. 이것이 한국정치의 순서다.
정치에 대한 혐오증은 늘어나고 이것은 국민소외를 가중시킨다. 국민이 소외된 상태에서 정당은 더 안심하고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기 때문에 정치악순환은 날이 갈수록 심해질 뿐이다.
이제 한국에서의 정당정치는 매우 타락해서 더 이상 옹호하기 어렵다. 공천으로 인한 정치부패는 다 아는 진실이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시비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정치의 탈선이 오래 계속되다 보니 이런 부패구조가 바뀌면 손해 볼 사람들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또 정당정치의 오랜 독식독점으로 국민소외가 도를 넘어 정치주권 상실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상태다.
어떤 정치인은 정당공천제가 만악(萬惡)의 근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만악의 근원에 대한 반응은 둔감하다. 공론도 일어나지 않았다. 잘못 길들여진 주권자들은 말이 없다. 이대로가 좋다는 뜻인가. 될 대로 되라는 뜻인가.하루속히 공천 룰을 놓고 벌이는 당내 권력투쟁을 접고 국정개혁과 침체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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