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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방역 정부인식 너무 안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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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방역 정부인식 너무 안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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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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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강화를 위해 역학조사관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정부가 필요한 예산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정규직 역학조사관'을 더 선발하겠다던 방역 당국의 약속이 말뿐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내년도 정부 예산을 분석한 결과 역학조사관 확충에 필요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 당시 당시 전국에는 역학조사관이 30여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하루 20시간 격무에 시달렸다. 지친 역학조사관들의 조사가 지연될 때는 방역에도 허점이 노출됐다. 정부는 7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역학조사관 수를 늘리고 정규직으로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의 실행은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 역학조사 인력 42명 가운데 정규 공무원은 2명뿐이다. 나머지 40명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결핵 역학조사관 인력을 총 77명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비정규직 역학조사 인력 40명을 모두 정규직 역학조사관으로 전환하고, 새로 35명을 뽑는 등 총 75명을 더 확보하는 계획을 행정자치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공무원 채용을 담당하는 행자부는 내년도 역학조사관 선발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정기 직제' 방식으로 내년 내에 역학조사관을 선발하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김 의원은 "행자부는 따로 예산이 없어도 예비비로 역학조사관을 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올해 예비비로도 충분히 선발이 가능했는데 왜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방역체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역학 인력의 전문성 부족도 그중 하나였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보와 전문가의 부재,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훈련이 안 됐던 것이 초기 메르스를 진압하지 못한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역학조사관을 늘리고 정규직으로 채용해 인력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것이 정부 대책으로 발표됐다. 긴급상황 시 역학조사관이 감염병 환자가 있는 장소를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권한도 강화됐다. 그런데 큰일이 터지면 그때만 호들갑을 떨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고질적인 병폐가 또 도진 모양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부 운영 패러다임인 '정부3.0'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공공기관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누차에 걸쳐 부처간 칸막이 제거를 통한 협업 시스템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를 보면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채택된 정책조차 부처 간 엇박자로 차질이 생긴 것이다. 메르스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은 방역시스템 미비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도 원인이 있지만 타성에 젖은 관료주의도 한 몫 했다. 행자부는 질병관리본부가 요청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근거를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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