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47] 두렵지만 가야 할 코로나19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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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47] 두렵지만 가야 할 코로나19의 길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10.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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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낯설고 모호하고 정상이 아닌 세상은 두렵다. 코로나19가 주는 두려움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세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에게 코로나19가 가져온 두려움은 생존의 문제다.

전남 순천에 사는 필자는 가끔씩 광주에 가곤 한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다. 유난히도 메밀국수를 좋아하는 아내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아내 못지않게 메밀국수를 좋아한다.

여름이면 고추냉이와 곁들이는 냉 메밀 한 그릇에 더위를 식히고, 요즘 같이 쌀쌀해진 날에는 디포리로 더 잘 알려진 밴댕이 육수의 온 메밀 한 그릇으로 몸보신 아닌 몸보신을 하곤 한다.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이면 아내와 나는 포만한 기쁨을 누리고도 남는다. 더구나 내가 사는 이곳 순천에서 광주까지 한 시간쯤 아내와 드라이브도 할 수 있으니 이만한 가성비 있는 기쁨이 또 없다. ‘소확행’을 확인하는 날이다.

한 달에 두어 번씩 찾아가는 광주의 메밀국수 집은 충장로와 금남로로 이어지고 광주천과도 인접하고 있어 식후 쇼핑과 산책에도 안성맞춤이다.

웬만한 광주사람들은 상호 이름만 들어도 금세 알아차리는 유명세까지 누리고 있지만 식당은 깔끔하되 화려하지 않아 수더분한 주인장을 닮았다.

젊은 시절, 어느 메밀국수집 주방장이었다던 사장은 주방을 맡고 아내는 손님을 맞는다. 내외는 메밀과 함께 40년 넘는 세월을 보내고 있고, 나는 그 식당과 함께 30년 이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한 번도 들리지 못했다. 자유로운 이동이 편치 않은 시국의 현실이 발과 혀를 꽁꽁 묶어 버린 탓이다. 발이 묶이고서야 나는 메밀국수를 먹던 그 순간들이 특별한 날이었음을 깨달았다.

코로나19는 메밀국수의 기쁨마저 추억으로 만들 셈인가 보다. 어떻게든지 잘 버티고 있어야 할 텐데 문이나 닫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한꺼번에 많은 주문을 받아도 “우짜짜짜비비” 등의 암호 같은 소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며 웃어 보이던 주인장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행히도 1단계로 완화됐으니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메밀국수가 주는 소확행을 찾아 조심스레 나서 볼 참이다.

코로나19는 평소의 작은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쁨들이었는지를 실감케 하고 있다. 퇴근길에 삼삼오오 모여 맥주잔을 기울이며 시시콜콜한 얘기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들이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또 얼마나  행복했던가.

도회의 아들이 고향집 노모를 찾는 것이 저어되는 시대는 얼마나 모호한 세상이며, 등산을 하면서 숨이 턱턱 막혀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정상인 세상은 얼마나 비정상인가. 마스크를 써야 보편의 정의가 실현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범칙금을 물어야 하는 세상은 낯설다.

낯설고 모호하고 정상이 아닌 세상은 두렵다. 코로나19가 주는 두려움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세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에게 코로나19가 가져온 두려움은 생존의 문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기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101만1,905명으로 전년보다 28.8% 늘어났다’거나 ‘같은 기간 수도료를 내지 못해 단수가 된 사람은 1만801명으로 20.1%가 늘었다’는 등의 통계를 내밀지 않더라도 전기료와 수도료조차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 ‘위기가구’가  증가하고 핵심 상권에도 빈상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청년들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실직을 경험하고, 실업급여가 청춘을 담보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구직급여를 받은 20대 이하 수급자는 21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5.4%나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30대(11.5%)와 40대(14.5%), 50대(17.7%)와 비교해보면 심각성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이는 청년층 일자리가 많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음식점, 주점 등 서비스 업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또 다른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이처럼 저소득층에게 더 가혹하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한 것도 생존위기에 내몰린 저소득층의 비명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됐지만 코로나19의 상황은 유리 위를 걷듯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모호하고 정상이 아닌 세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도 분명하다. 떼는 발걸음이 조심스럽지만 그렇다고 내일로 가야 하는 우리의 발길을 멈출 수는 없다. 이왕 떼는 발길이 주변의 저소득층과 함께 가는 길로 이어 질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스러운 시간들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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