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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 '실용' 키워드...비대면 출사표·무명용사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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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 '실용' 키워드...비대면 출사표·무명용사비 찾아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7.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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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대권 도전
국회의원·지지자 총동원 없이
나홀로 어둠속에서 '낮은자세'
지사직 유지...도정공백 우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온라인을 통해 대선 출마선언을 한 1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학도병 무명용사의 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온라인을 통해 대선 출마선언을 한 1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학도병 무명용사의 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일 비대면으로 대권 재수의 도전장을 던졌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영상이 공개된 14분 분량의 출마 선언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홀로 국민을 향해 자신의 집권 청사진을 나지막이 '보고'하는 자리였다. 

이날 출마선언 형식 자체가 그의 정치철학인 '실용'이라는 키워드로 축약된다는 게 캠프측 설명이다.

이 지사는 이날 짙은 남색 양복에 당의 상징색인 파란 넥타이 차림으로 배석자 없이 차분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자신의 출마 선언문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영상엔 슬로건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 문구와 자막, 노란 점퍼를 입고 방역을 점검하고 시장에서 민생 현장을 챙기는 등 도정을 살피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 지사는 이번 출마 선언문을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비대면 선언인 점을 고려해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원고를 낭독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오늘은 이 지사의 목소리가 메인이고, 다른 자료 화면들은 조연"이라며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그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세 과시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지 않음으로써 여권 내 1위 주자로서 '낮은 자세'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도 있어 보인다.

특히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지지자들이 대거 모인 가운데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차별화 전략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출마 선언 후 첫 일정으로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는 관행을 깨고 대신 무명용사비를 참배했다. 방명록엔 '선열의 뜻을 이어 전환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무명용사비 참배에 대해 "세상은 이름 없는 민초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며 "이름도, 위패도 못 남긴 그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고 설명했다.

박찬대 의원은 "국난극복의 큰 힘은 무명의 국민에 있다"며 "대한민국은 고난 공동체로, 국민과 함께 극복해낼 수 있고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한편 도정운영과 관련 이 지사는 당내 경선 일정은 물론 대선후보로 선출됐을 경우에도 가능한 한 도지사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도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며 "적어도 민주당 단일후보가 결정되는 9월까지는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며 도정을 충실히 챙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대부분의 경선 일정은 일과 외 시간을 활용하면 가능하다"며 "도정과 후보 일정을 동시 수행하는 것 자체가 (대권을 향한) 양수겸장과 같은 실력이 아니겠냐"고 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20대 대선에 출마하는 공직자는 12월 9일(선거일 90일 전)까지는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

오는 12일(선거일 240일 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받는데, 공직선거법상 현직 도지사는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없다.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으면 선거사무소를 둘 수 없고 홍보 현수막을 걸 수가 없다. 예비후보자 홍보물 발송도 허용되지 않는다.

정견 발표나 경선 토론회는 도지사 공식 일정이 아닌 만큼 연차를 쓰든지 일과 외 시간을 쪼개 개인 일정으로 소화해야 한다.

당내 경선 일정이 시작되면서 예비경선에서만 TV토론 4회, 국민면접 3회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 지사는 대선 출마선언문에 도정 수행이나 공백 우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약속을 어겨도 제재가 없는 정치에선 공약 위반이 다반사이고, 그래서 정치는 불신과 조롱 대상"이라며 "저 이재명은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 동안 공약 이행률이 90%를 넘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후광, 조직, 돈, 연고 아무것도 없는 저를 응원하는 것은 성남시와 경기도를 이끌며 만들어낸 작은 성과와 효능감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이 지사는 광역자치단체 평가(리얼미터 조사)에서 17개 광역지자체장 중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올해 들어서도 4~5월 2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며 "경선 과정에서도 도정을 정상 수행하며 정책 성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고 평소와 다름없이 복무 기강을 유지하며 누수 없이 안정감 있는 행정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진상 정책실장을 필두로 정무직 라인이 순차적으로 사퇴하고 대선 캠프로 속속 합류하면서 도정 레임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경기도청 한 노조 관계자는 "이 지사의 시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별정직 및 임기제 공무원들의 역할이 컸다"며 "인사를 통해 이들의 공백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부지사를 비롯한 집행부 간부들이 더욱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라며 "도의회도 예산과 정책 심의 역할을 차질 없게 수행해 혹시 있을지 모를 도정 공백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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