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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 몸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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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 몸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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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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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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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시리고 흔들리는 어금니 치료를 받기 위해 미루고 미루던 치과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이 어금니를 살리기는 어렵다며 빼고 다시 해 넣으라 하셨다. 국부마취 후에 이십여 분을 의자에 누워 기다리는데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 그 역할을 마친 어금니는 육십여 년을 내게 먹는 즐거움과 건강을 줬다. 덕분에 나는 유아기, 청소년기, 장년기를 잘 지내고 이제 또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가슴이 시리도록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 그 고마움을 알고 아껴줬더라면 좀 더 나와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일었다. 그러자 나를 위해 애써주고 있는 다른 친구(?)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람살이에서 삼락(三樂)을 주(酒), 동(動), 독(讀)으로 정하고 행복이 여기에 있다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그리 술을 마시지 않으나 전에는 술과 참 친했다. 술자리를 거절한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 선배들의 술 잘 마셔야 일 잘한다는 말에 마시기도 했고, 또 주량을 자랑하기 위한 호승심으로 마시기도 했다. 시인 동탁 선생이 말한 주도(酒道) 18단계에서 술의 참다운 단계를 배우는 학주(學酒)의 9단계에는 이르렀다며 큰소리도 쳐보았고, ‘어찌 근심을 잊을까, 오로지 술뿐일세(하이해우 유유두강, 何以解憂 唯有杜康)’하는 조조(曹操)의 단가행(短歌行)도 읊어 보았다. 요즈음 술 마시는 횟수가 줄었으나 술을 자주 찾지 않는 것을 보면 술 자체보다는 그 자리와 사람을 좋아했음이 옳다. 어쨌든 사십여 년 술을 마셔댔으니 간(肝)이 주인 잘못 만나서 얼마나 고생했겠는가. 술과 친했으나 그만큼 건강에도 관심을 가졌다. 술보다는 그 자리를 좋아했던지라 주량을 넘지 않을 수 있었다. 혼자서는 마시지 않았고, 2차는 싫어했다. 

건강관리를 위해 많이 움직이려 한다. 아주 바쁘지 않으면 걸어서 다닌다. 다른 이들이 즐겨 하는 골프나, 헬스장 이용을 하지 않기에 생활 속에서 운동을 하려다 보니 걷기를 많이 한다. 지난해까지는 하루 만 오천 보를 걸었는데, 올해부터는 만 보로 줄였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하루에 백리도 걸어보았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닌다. 군에서 훈련을 받다 다친 적이 있는 무릎이지만 지금까지 나를 잘 받쳐주고 있다. 가까운 물체는 잘 보이나, 멀리 있는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는 근시여서 안경을 쓰고 생활하나 그리 불편을 느껴보지는 못했다. 집이나 실내에서는 안경을 벗고, 밖에 나서면 안경을 쓰는데 마스크 착용 때 김이 서리는 정도가 겪어본 불편이다. 안경점에는 가 보았지만 여태까지 안과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눈 건강을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티브이를 지나치게 가까이서 보는가 하면 조명이 잘되지 않는 곳에서도 책을 읽곤 했다. 간, 무릎, 눈뿐만이 아니고 오장육부가 그동안 묵묵하게 수고를 해줘 내가 행복할 수 있었다. 이들의 수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들의 건강이 곧 내 건강이니만큼 이제부터 내 몸 구석구석까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아껴 쓸 생각이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이용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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