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이용자 80%, 인지능력 3~4세 수준 중증발달장애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부모회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정책 아냐…이권 개입된 것”
전국 장애인 학대현황…거주시설 14.9%, 가족과 친인척 32.8%, 타인 41.7%
“그나마 시설에서 사회를 배우고 함께 생활하며 즐거움을 찾아가는 제 아들…겨우 겨우 걸음마 수준의 지력을 가지고 견디고 있습니다. 집에 오면 좋아하지요. 하지만 이틀이 지나면 아파트의 갇힌 공간을 답답해합니다. 그러나 길로 나가면 돌발 행동에 속수무책입니다. 밤에 잠을 설치며 소리를 지를 땐 층간 소음으로 이웃의 잠을 방해할까 노심초사하지요. 스스로 자립을 할 수만 있으면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장애인 탈시설은 곧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하루만이라도 중증 발달 장애인과 그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세요!“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은 중증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와 보호자의 의견을 묻지 않은 독단적인 발표입니다. 따라서 이 법안은 무효입니다!”
‘장애인 탈시설’을 반대하는 김현아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공동대표와 위원들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쏟아낸 말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68명이 2020년 발의안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이 계류 중에 있다가 최근 화두에 올랐다. 지난달 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지하철 출근 방해 시위로 갈등을 빚은 뒤 정의당과 더불이민주당이 전장연 입장을 옹호하면서 그들이 제정을 촉구한 탈시설법이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탈시설을 지원하고 10년 내 장애인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쇄하는 것으로, 지자체가 시설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및 학대 실태를 조사해 패쇄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장애인 탈시설’을 반대해온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협회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 전국시도사회복지협의회는 최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국회 앞에서 ‘장애당사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지역사회 돌봄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5개 연대단체는 공동성명에서 ▲탈시설 찬성과 반대라는 ‘악의적 이분법의 프레임’에 갇혀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지 말 것 ▲‘탈시설’이란 부정적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장애인의 보편적 삶을 위한‘지역사회 삶, 거주 시설의 다양화’라는 용어사용 할 것 ▲시설 장애인과 가족, 시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지역사회 다양한 돌봄 체계를 마련해 줄 것 ▲상기 요구 관련 여야 지도부와의 면담을 강력 촉구했다.
김현아 공동대표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80%이상이 중증발달장애인”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 자립지원 로드맵’은 전국시설 입소자 장애인의 부모 의견을 무시한 비상식적이고 강압적인 불통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히려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들은 시설에 살고 있지 않는 정상적인 사고와 소통이 가능한 지체 장애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탈시설 조례’ 제정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까지 800명 장애인의 탈시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모회의 A씨는 “건강이 악화돼 30대 중증장애인 아들을 돌볼 형편이 못돼 맡길 곳을 찾으러 수도권 장애인거주시설 다섯 군데 이상을 돌아다녔지만 정원 제한으로 자리가 없어 모두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지능력이 3~4세 수준의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자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중증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거주시설은 더 늘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획일적인 탈시설 정책이 아닌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중증장애인과 가족의 사정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또한 경기도 화성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를 운영하는 이기수 신부는 “장애인 학대가 주로 시설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됐다”며 “2020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전국 장애인 학대현황을 보면 장애인거주시설은 14.9%, 가족과 친인척에게 32.8%, 동거인, 지인 등 타인에게 41.7%”라고 밝혔다. 이 신부는 적은 돌봄 인원들이 열악한 처우에도 묵묵히 장애인을 보살피는 활동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현아 공동대표는 “장애인 탈시설 법안 과정에 보호자에 대한 의견 수렴이 빠져있다. 전국단위의 조직이 없었기 때문으로 판단해, 서둘러 전국 시설이용 부모와 가족들이 힘을 합쳐 법인을 꾸렸다”며 “이제 차기 정부는 장애인 탈시설 법안의 모순을 면밀히 살펴, 중증장애인과 가족들을 두 번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최근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간담회에서 공익신고자 박대성 물리치료사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탈시설 연루 의혹’과 탈시설 시범사업소 피해자 박충렬 씨의 발표가 있었다.
공익신고자 박대성 물리치료사가 근무한 곳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로, 탈시설 대안책인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1982년에 서울시 양천구에 설립됐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가 이사로 참여했고 현재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이 이사로 선임돼 운영 중이다.
[전국매일신문] 서울/ 홍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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