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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장사회로부터 성숙한 사회로 대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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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장사회로부터 성숙한 사회로 대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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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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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는 경제발전을 견인한 ‘압축성장’과 ‘돌격성장’이 말해주듯 한국의 ‘성장’ 일변도의 ‘경제 지상주의’가 낳은 유물이 아닐 수 없다. 역대 정부의 성패는 경제적 성장을 얼마만큼 일궈내었는지에 달려 있었다. 이 때문에 경제기획원이나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는 다른 부처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중요한 중앙행정기관이 됐다. 매년 해를 마감하면서 가장 중요한 뉴스는 다음 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성장’은 양적인 팽창은 일궈냈지만 질적인 개선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향후 10년 이내에 1.5℃ 상승을 막지 못하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회복할 수 없는 급변점)’를 넘어서게 된다. 그런데도 수직적인 성장과 직선적인 발전에 기반한 무한 풍요를 포기하지 않고서도 정부의 탄소중립정책 추진만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도 시행만으로, 기업의 ESG 경영 도입만으로,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만으로, 쓰레기를 서서히 줄이는 것들과 이들의 효율을 높일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성과를 낼 정책을 보완하는 것만으로 과연 해결할 수 있고 정말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8일 국회의장 직속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는 향후 15년간 한국의 나가야 할 방향을 담은 ‘미래비전 2037·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로 전환’을 발표했다. 행정부의 5년 임기를 넘어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할 국가 차원의 과제를 발굴하고 미래 이슈를 검토하기 위해 2020년 11월 말 설치된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인 이 위원회에서는 국회미래연구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한 주요 대학의 전문가 60여 명으로 공동연구팀을 구성하여 지난 1년간 추진한 연구 결과다. 주요 내용은 “대한민국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근대화를 성취했으나 성장의 이면에서 분열과 갈등, 불공정과 양극화, 적대와 대립과 같은 사회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라며 “이제는 국가의 발전 목표를 위해 사회와 개인이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주체로서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양적 확대보다 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성숙사회’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 비전에서 제시한 3가지의 지향 가치는 첫째, 국가 주도에서 자율과 분권으로 발전하는 사회, 둘째, 경제성장 중심에서 다원가치 중심, 셋째,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는 따뜻한 공동체이다. 또한 이 비전에서는 ‘성숙사회’를 위해 3가지 분명한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데 과거의 ‘국가의 성장’에서 이제 ‘개인의 성장’으로 과거 ‘경제성장’에서 이제 ‘환경보존’으로 과거 ‘효율성’ 중심에서 이제 ‘형평성’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그래서 기존 경제성장과는 다른 ‘탈성장, 대안적 성장’을 망라한 ‘다원적 가치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국회 미래연구원은 성장사회를 벗어나 성숙사회를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3000명 대상의 온라인 조사와 202명의 시민이 참여한 숙의토론형 공론조사를 통해 새로운 선호 미래상으로 ‘성숙사회’를 도출했다. ‘성숙사회’는 효율성과 능력주의에 기반한 국가 주도의 경제적 성장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사회를 일컫는다. 각 개인의 처지에 맞게 성장의 기회를 주는 형평성, 사회적 신뢰나 연대, 건강의 증진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생물 다양성 보존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적극적인 사회로 헝가리 출신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데니스 가보르(Dennis Gabor) 교수가 1972년에 쓴 책 제목(Mature Society)에서 유래 되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물과 흙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라며 “전국에 웬만한 땅 파보면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나온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경제성장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라며 “한 방향으로만 가는 사회에서 끝이 없는 경쟁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성장을 위한 기계로 사람을 취급하는 것은 멈춰야 한다”라고도 했다. 이런 의견들은 성숙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짐작하기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성장’에서 ‘성숙’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선택과 포기의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성장의 후유증에 시달린 지구의 몸살을 치유하고 극복해야만 한다. 따라서 기후 위기는 결국, 성장 지상주의의 경제 논리를 과감히 버리고 탈성장(Deglowth)으로 가야만 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대안이자 확실한 정답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 경제 중심의 성장과 발전의 지표부터 바꿔야 한다. GNP(국민총생산), GDP(국내총생산) 같은 생산과 소득 위주로 지표를 삼았던 과거의 관행과 사고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돈과 경제가치로 환산하는 물질 만능의 ‘상품화’를 도려내야 한다. 그래서 인문학적 접근과 인적 교류, 자연적 감성의 조화, 돌봄, 나눔, 협동, 상호부조, 공동체성 등 ‘관계성’을 성숙의 가치와 지표로 전환해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근시안적 이익과 이윤 동기, 선거만 의식하고 책임지는 정치가 아니라 먼 훗날 후손의 이익을 기준으로 정의와 가치를 세우는 직접민주주의, 인간뿐만이 아니라 뭇 생명의 삶과 그들의 권리까지 고려한 생태민주주의를 선택해야만 한다.

환경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미래세대에 관심이 많다.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빙하가 녹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을 넘어서, 앞으로 이 지구에서 태어나 자라게 될 미래세대가 자연과 대립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자연과 생태계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구의 구성원으로 서로 먹이사슬과 생태 피라미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환경은 구호가 아닌 실천이자 행동이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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