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물가 치솟는데 쌀값만 하락…농가 '이중고'
상태바
물가 치솟는데 쌀값만 하락…농가 '이중고'
  • 홍상수기자
  • 승인 2022.07.17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은 사실상 전량 자급…해외 공급난·고환율 여파 없어
정부, 타 작물 재배로 전환·쌀 수요 확대에 안간힘
서울 시내 한 재래시장 곡물가게에 쌀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재래시장 곡물가게에 쌀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식품 물가 치솟고 있지만 쌀값은 평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해 쌀 농가는 고물가에 소득 감소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4만4천851원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5만5천원까지 오른 후 지속해서 하락하다가 지난 5월부터는 최근 5년간 평년 가격(약 4만7천원)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물류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곡물 수급 차질, 환율 급등 등의 여파로 작년 말부터 밥상 물가가 연일 오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쌀은 사실상 전량 자급으로 물류난과 환율 등 외부 요인에 타격을 받지 않는다.

국내 작황만 좋으면 쌀값은 오를 일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쌀은 식량 자급률을 높여 식량 안보를 키울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국제 곡물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치솟은 밀과 비교해보면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같은 상황에서 쌀값마저 올랐으면 국민의 시름이 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의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쌀값 하락세가 계속되면 농가의 경영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연간 소비량은 2011년 71.2㎏에서 지난해 56.9㎏까지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3년 이래 최저치다.

또 2012∼2021년 쌀 재배면적은 연평균 1.5%씩 감소했지만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폭(연평균 2.2%)은 이보다 컸다.

이런 구조적 공급과잉 속에서 쌀값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단기적인 방안으로는 '정부 매입'이 있다. 정부가 쌀 재고량을 직접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급량이 지나치면 이 조치의 실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도 정부는 작년산 쌀 과잉 생산분 27만t(톤)을 전량 매입한 데 이어 10만t을 더 사들인다고 밝혔지만 가격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농업계에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 관계자는 "쌀의 시장 격리는 수급 문제가 발생했을 때 취하는 후속 조치 격"이라며 "수급 불안을 예방하는 근원적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벼 재배지는 줄이고 밀, 콩 등 다른 작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달 발표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일반 쌀 재배는 줄이고 가루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쌀인 분질미(粉質米) 재배는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2027년까지 일반 벼 재배면적 4만2천㏊(헥타르)를 분질미 재배지로 바꾸고,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를 분질미로 대체해 밀의 수입 의존도도 낮출 계획이다.

공익형 직불제(직접지불제)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도 쌀 생산량 조절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본다. 공익형 직불제는 농촌의 공익기능을 증진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농업인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기존의 쌀 직불제를 개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쌀 재배 농가의 소득만 보장해주는 기존 제도에서 쌀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면적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로 개선됐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공익 직불제가 확대되면 농민으로서는 소득이 안정되는 만큼 단기적인 작황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며 "쌀 공급량 조절과 동시에 국민의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홍상수기자
HongSS@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