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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X국립현대미술관 협력프로젝트 '미술관의 입구: 생태통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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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X국립현대미술관 협력프로젝트 '미술관의 입구: 생태통로' 개막
  • 한영민기자 
  • 승인 2022.08.29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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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내·외부 연결···8개의 장소특정적 미술 작품 설치
‘맞이하는 1층, 환대하는 미술관’ 모토···매주 다양한 관객참여 프로그램과 퍼포먼스·세미나 개최
《미술관의 입구: 생태통로》 포스터. [경기도미술관 제공]

경기도미술관은 30일부터 10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협력프로젝트 《미술관의 입구: 생태통로》를 개최한다.

이 프로젝트는 국립현대미술관과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됐다. 공간을 점유하는 물리적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구성원과 긴밀히 연결되며 변화하는 유기체적 존재로서의 미술관의 비전을 구현하고자 했다. 십여 년의 기간 동안 한 장소를 점유하며 쌓아온 미술관의 기능과 존재 방식을 헤아려보고 미술관의 환경적 맥락, 건축적 구조에 주목하여 좀 더 다양한 관객의 접근이 가능한 생태적 길을 내고자 했다.

식물을 심고 가꾸는 행위와 미술관 주위의 식물에 주목한 김이박의 <사물의 정원_안산>, 빛바랜 안산의 풍경을 통해 유동적 시간을 사유하게 하는 민성홍의 <Drift_비정형>, 미술관 건물을 감싸 안은 지렁이 형상의 <꾸-움틀, 슈-욱슉>(서성협), 미술관 주변의 사람들과 식물을 탐구하고 발견하게 만드는 엄유정의 <플랜트>, 미술관 산책길을 새롭게 재구성한 조경재의 <골마루>, 경기도미술관을 길잡이 삼아 산책을 떠나는 홍이현숙의 <외출> 등 신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들은 주변 생태계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미술관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또한 6주간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관객의 참여가 가능한 프로그램, 퍼포먼스와 세미나 등도 펼쳐진다. 안산시 초지동의 지질학적 특성을 담은 빵을 만드는 <초지동의 맛>(안데스), 돌봄과 휴식의 관계를 탐색하는 <노란 벤자민과의 동거>(조영주), 화랑유원지를 서식지 삼아 살아가는 새 관찰 시간 <첫 번째 탐조> 등 ‘맞이하는 1층, 환대하는 미술관’ 이라는 모토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마지막으로 10월 7일에는 미술관의 건축, 식물환경, 미술관 접근성과 관련한 국내외 사이니지 디자인 등을 주제로 한 전문가 3인의 강연이 있을 예정이다.

김이박 '사물의 정원_안산' (2022) [경기도미술관 제공]

● 김이박 <사물의 정원_안산>(2022)

식물에 관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온 작가는 무언가를 키운다는 행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심고 키우며 돌보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인간 심성의 중요한 일면을 말해준다. 본 작품에서 사물은 식물처럼 심어져 있다. 작품을 이루는 많은 사물들은 한 때 미술관 방문자들의 소유물이었던 것을 작가가 수집한 것이다. 프로젝트 기간 중 진행되는 참여 프로그램에서 김이박 작가의 식물 상담시간이 있고, 참여자와 사물과 식물을 상호 교환하는 시간을 가진다. 작가의 상상력은 식물에 대한 돌봄에서 사물을 통한 소망으로 뻗어나간다.

민성홍 'Drift_비정형' (2022) [경기도미술관 제공]

● 민성홍 <Drift_비정형>(2022)

민성홍은 세월의 흔적이 묻은 사물이나 이미지를 소재로 유동적인 시간과 인식의 흐름에 관해 사유해왔다. 미술관 언덕 위의 <Drift_비정형>과 로비에 설치한 <예민성을 위한 연습>은 작가가 살고 작업하는 안산 주변에서 발견한 낡은 벽화의 파편을 화려한 카펫의 형태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빛바랜 산수벽화의 이미지를 담은 <Drift_비정형>은 과거에 이상화되던 풍경에 대한 해석과 관점에 거리를 두고 주변의 풍경을 가변적이고 유동적으로 재인식하기를 유도한다. 로비 바닥에 설치한 <예민성을 위한 연습>은 15년 동안 묵묵하게 관람객을 맞이한 미술관의 변화무쌍한 시간을 은유하며 우리의 내일에 대해 질문한다.

서성협 '꾸-움틀, 슈-욱슉', '슈-욱슉, 꾸-움틀' (2022) [경기도미술관 제공]

● 서성협 <꾸-움틀, 슈-욱슉> <슈-욱슉, 꾸-움틀>(2022)

서성협은 ‘혼종’이라는 주제에 주목해서 매체와 형식의 혼합 방식을 찾고 있다. 전통과 동시대 사이, 시각예술과 음악 사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문제 등 입체적 관계 속에서 팽팽하게 움직이는 ‘위상학적’ 감각을 더욱 심화시키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어린 시절 제주도의 흙밭에서 종종 마주치던 지렁이 형상을 크게 부풀린 공기 조형물을 선보인다. 유리판을 떼어낸 미술관 입구의 텅 빈 철제구조를 휘감은 대형 지렁이 형상은 공기를 머금고 뱉기를 반복하며 미술관을 천천히 가로지르듯 혹은 본연의 정화작용에 집중하듯 미술관 ‘생태통로’의 존재를 알린다.

엄유정 '바디' (2022) [경기도미술관 제공]

● 엄유정 <바디>(2022)

엄유정은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드로잉, 페인팅 등으로 대상의 개별적 특징을 작가의 고유한 감수성으로 선과 색, 여백의 면에 담아낸다. <플랜트>는 경기도미술관 인근의 식물들을 관찰하고 그린 것이다. 작가의 시선이 미술관 바깥에서 내부로 이어지듯 로비에 걸린 수풀 그림들은 야외와 내부 공간 사이의 온도차를 좁힌다. <바디>는 미술관 바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동작을 표현한 드로잉이다. 미술관의 바깥으로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에서 전시 홍보 배너가 걸렸던 가로등에 작가의 드로잉을 설치하였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정물 3' (2019) [경기도미술관 제공]
제니퍼 스타인캠프 '정물 3' (2019) [경기도미술관 제공]

● 제니퍼 스타인캠프 <정물 3>(2019)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상작품을 통해 공간 속에서 새롭게 인식되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왔다. <정물 3>에서 꽃, 잎, 가지, 열매 등 공간을 떠다니는 대상들은 자연이 간직한 색상과 형태를 우리 눈앞에 보여준다. 정적인 분위기의 네덜란드 정물화가 암시하곤 했던 삶의 유한함과 무상함은 자연이 간직한 색의 풍부함과 움직임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호수와 숲을 채우는 야생의 생명력이 미술관 벽에서 다시 일렁인다.

조경재 '골마루' (2022) [경기도미술관 제공]
조경재 '골마루' (2022) [경기도미술관 제공]

● 조경재 <골마루>(2022)

사진 작업을 했던 조경재는 그의 사진 속 추상적 구조와 조각적 요소들을 현실의 설치물로 펼쳐놓는다. 그에게 설치작품을 구현하는 과정은 마치 사진의 해체작업과도 같다. 골마루>는 좁고 긴 통로를 뜻하는 단어이다. 경기도미술관의 입구와 주차장사이의 진입로에 설치된 작업의 물리적인 구조를 나타낼 뿐 아니라, 구조물 사이사이에 우리의 기억을 환기하는 작은 루(樓)와 화분 등의 요소들과 결이 맞는 이름이기도 하다. 문, 복도, 계단 등 행위를 유발하는 낯익은 장치들로 조합된 이 작품은 공원의 산책자들과 미술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조영주 '휴먼가르텐' (2021) [경기도미술관 제공]
조영주 '휴먼가르텐' (2021) [경기도미술관 제공]

● 조영주 <휴먼가르텐>(2021)

생태통로는 도시 속에서 길을 잃은 야생동물에게 휴식과 충전, 생명력 회복의 장소이다. 경기도미술관 라운지에 설치되는 <휴먼가르텐>은 흰색의 부드러운 쿠션, 붉은 램프 등으로 요양과 돌봄의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방문자들은 전시기간 동안 자유롭게 미술관의 ‘휴먼가르텐’을 찾아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한 이 공간은 돌봄에 대한 관계성을 탐구하는 퍼포먼스 <노란 벤자민과의 동거>의 배경이기도 한데, <휴먼가르텐>에서 이루어진 <노란 벤자민과의 동거>를 촬영한 영상작품 <콜레레>가 전시기간 중 로비 영상모니터에서 상영된다. 참여자 전원이 퍼포머로 구성된 이 퍼포먼스가 돌봄을 제공하는 이와 제공받는 이의 물리적, 신체적, 심리적 관계들이 영상화의 과정을 새롭게 드러낸다.

홍이현숙 '외출' (2022) [경기도미술관 제공]
홍이현숙 '외출' (2022) [경기도미술관 제공]

● 홍이현숙 <외출>(2022)

홍이현숙은 소외된 존재들, 나아가 비인간에 관한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을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오감을 활용하여 은유적으로 비인간의 존재가 되는 상상을 해보는 퍼포먼스를 시도하고 있다. <외출>은 눈을 감고 경기도미술관을 길잡이 삼아 외부를 한 바퀴 돌아보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눈을 가림으로써 더 예민해지는 청각, 후각 등의 감각들을 통해 미술관 주변의 바람결, 공기와 풀의 내음, 새들의 소리 등을 느껴볼 수 있다. 작가는 생태통로가 된 경기도미술관을 지나 동굴 밖을 나온 동물이 되어보는 상상을 해본다.

 

[전국매일신문] 한영민기자 
han_Y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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