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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여파 돈맥경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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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여파 돈맥경화 심화
  • 홍상수기자
  • 승인 2022.10.27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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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공기업 경영도 ‘적신호’
공기업 회사채도 ‘유찰’ 잇따라
경영난 가중에 ‘비상경영’ 돌입
‘금리 급등’에 자금조달도 차질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전국 지자체와 공기업들이 레고랜드 후폭풍으로 자금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이같은 불신이 시장에 급속히 퍼지면서 더욱이 벌써부터 지방 공기업의 경영 상황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우량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유찰 사례가 나오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돈맥경화' 현상이 확산하면서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대규모 개발 사업의 차질 또한 불가피해 보인다.

27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500억원 규모로 3년물 공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계획을 접었다.

공사 채권 신용등급은 'AA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AA+'로 우량 공사채에 속하지만, 목표액의 불과 20%인 100억여원의 자금만 들어왔다.

공사는 최근 불거진 레고랜드 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공사채 유찰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본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천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채권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광역자치단체도 지급을 보증하지 못하겠다고 손을 터는데 공기업의 채권에 선뜻 손을 내미는 투자자가 있겠냐는 분석이다.

경기 과천도시공사 또한 3기 신도시 사업 중 하나인 과천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최근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이중 400억원은 유찰됐다. 과천도시공사에서 발행한 회사채가 유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공기업들은 원자잿값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경영난에 봉착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강원도 산하의 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GDC)는 최근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미 대규모 리조트와 동계 스포츠 지구를 조성하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사업'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상태였다.

1조6천325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도 분양 실패 등으로 1조189억원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아 도 재정에도 부담을 줬다.

최근 공개입찰 끝에 KH강원개발에 7천115억원에 리조트를 매각했지만, 지난달 기준 공사 부채는 6천784억원, 부채 비율은 60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대구교통공사는 도시철도를 포함한 대중교통체계 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하면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교통공사는 얼어붙은 시장 상황 속에 간부급 관리자를 10% 줄이고, 유사 기능을 통합하는 등 경영난 해소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공공기관 신뢰도 하락이 금리 급등이라는 악재로 이어지면서 지자체와 공기업이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춘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26일 "레고랜드 사태로 동춘천산업단지 개발 사업이 보증 채무의 3배를 넘는 수준의 이자 부담을 요구받게 됐다"고 밝혔다.

시는 2010년 동춘천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봉명테크노밸리를 설립했고, 545억원의 보증 채무가 발생했다.

순차적으로 채무를 갚아 현재 162억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레고랜드발 금융위기 사태로 인해 지자체 채무 보증에 대한 신뢰도까지 하락하면서 시가 높은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됐다.

최근까지 5.69% 금리로 빌려 쓰다가 상환일을 내년 1월까지 3개월 연장하는 과정에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두 배 이상 높은 무려 13%의 금리로 투자증권과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여 년째 표류 중인 경기도 경제자유구역청의 평택 현덕지구 개발사업도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감정평가 및 보상 협의 절차 개시 의무 미이행'을 이유로 취소되며 삐거덕거리고 있다.

새로운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올라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공사채 발행 계획을 접은 인천도시공사 또한 고금리 상황에서 금융부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어서 검암역세권 개발과 3기 신도시인 계양테크노밸리 건설 사업 등의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정광열 강원 경제부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는 12월 15일까지 보증채무 전액인 2천50억원을 상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결정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사전 협의한 것"이라며 "김진태 도지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간 직접 협의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도는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성실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정 부지사는 "보증 채무를 갚는데 필요한 재원은 추경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도 재정이 이 정도는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가 이처럼 중도개발공사 보증 채무를 앞당겨 갚겠다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한 것은 금융시장에 준 충격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채권 및 금융시장 등이 얼어붙은 데다 후폭풍으로 지자체는 물론 공기업까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등 파장이 커지자 조기 상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매일신문] 전국종합/ 홍상수기자
HongSS@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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