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서쪽
상태바
[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서쪽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11.30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서쪽
                - 서주영作
저무는 것들처럼 당신의 등도 서쪽으로 굽어 있다
하루하루의 눈동자와 저녁의 어깨 위에
슬픔을 으깨어 얹은 당신이 앉아 있다
저문다는 건 바람에 긴 그림자가 힘없이 흔들리는 것
그리움이 옅어지고, 계절이 쓸쓸해지고 철저히 혼자가 되는 것
저녁이 내려앉은 굽은 각도에서, 펼 수 없는 서쪽 모서리에서
당신과 나의 지난 시간이 염분처럼 버석거린다
저문다는 것은 서쪽으로 애증의 질문을 던진다는 것
등이 굽은 당신의 그림자를 껴안고 다독인다는 것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저문다는 것은 삶의 전부를 일으켜 세워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서쪽은 해가 지는 방향을 말하지만 태양을 공전하며 자전하는 지구의 회전현상에서 동쪽의 반대 의미를 가리킨다. 

가만히 있는 태양을 동쪽 서쪽으로 구분한 인간은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며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요소를 추가 하여 관념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모든 사물과 이상이 기울어질 때를 서쪽으로 포함 시킨다. 
날이 저물고, 한 시대의 믿음과 실망이 저물고, 사랑이 저물고, 우정이 저물고 등 끝나는 것은 전부 해가 지는 방향으로 끌어 들인다. 

서주영 시인은 당신의 저무는 모습에 삶의 가치가 흔들리는 것을 본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온 길이 염분처럼 버석거리는 장면을 읽었다. 

상상하지 않아도 이런 장면은 쉽게 보이고 느낀다. 
다만 그 장면이 인생을 함께 한 당신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등이 휘어져 힘이 없어 보이는, 삶에 지친 듯 저녁의 어깨 위에 얹어진 모습에 만감이 교차한다. 

그리움이 옅어지고, 쓸쓸한 계절의 변화 속에 혼자가 되고, 굽은 각도에서 앞이 감춰진 모서리에 앉은 듯한 장면을 연출 한다면 잘 마른 염전바닥처럼 버석거리지 않을 수 없다. 

일생을 동행한 당신은 점점 저물어 가는데 옛 시절은 이미 저물었다. 
이제는 애증의 질문은 필요치 않다. 

등 굽은 그림자를 껴안고 다독이는 방법뿐이다. 
힘들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보내버린 힘을 다시 찾을 수 없으니 이렇게 지긋이 바라보며 남은 생을 격려하는 것 밖에 무슨 수가 있으랴. 

그러나 끝까지 함께 한다는 믿음은 더욱 굳어진다. 
믿음의 사랑이 더 커간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