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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달 만에 또 큰불' 구룡마을 판자촌, 주택 60채 피해・이재민 62명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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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달 만에 또 큰불' 구룡마을 판자촌, 주택 60채 피해・이재민 62명 [종합]
  • 박창복기자
  • 승인 2023.01.20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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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500명 대피…인명피해 있는지 수색중
판잣집 '떡솜' 자재 타고 불길 빠르게 번져
2009년 이후 화재 최소 16건…시-구-주민-토지주 갈등 여전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일 오전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큰 불이 발생했다.

가건물 형태의 주택 약 60채가 불에 타고 500명 안팎 주민이 대피했으며, 인명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다.

불은 이날 오전 6시27분께 구룡마을 4지구에서 발생해 주변으로 확대됐으며, 오전 7시1분께는 5지구 입구까지 불이 번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불로 주택 약 60채, 총 2천700㎡가 소실되고 44가구에서 이재민 62명이 발생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소방당국과 강남구청은 4·5·6지구 주민 약 500명을 대피시키고 불길이 인근 구룡산 등지로 더 번지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한 채 진화작업을 벌였다.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화재 불씨가 산으로 옮겨붙어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화재 불씨가 산으로 옮겨붙어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오전 7시26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근 소방서 인력과 경기도·산림청 등 소속 소방헬기 10대를 투입했다. 소방·경찰 인력 500여명과 장비 61대, 육군 장병 약 100명, 강남구청 소속 인력 300명이 동원됐다.

소방당국은 오전 10시10분께 큰 불길을 잡은 뒤 현재 잔불을 끄고 있다. 또 대피하지 못한 주민이 있는지 수색 중이다.

이재민들은 강남구에 있는 호텔 4곳에 임시로 머무를 예정이다.

강남구에 따르면 구룡마을에는 약 666가구가 거주 중이다. 

지구별로는 4지구 96가구 154명, 5지구 57가구 106명, 6지구 142가구 219명이다.

불이 난 구룡마을은 비닐과 합판, '떡솜'으로 불리는 단열재 등 불에 잘 타는 자재로 지어진 판잣집이 밀집해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현장을 찾아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현장을 찾아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화재가 발생하자 '인근 주민은 신속히 대피하고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내용의 긴급문자를 발송했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도시 내 생활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이 구룡산과 대모산 자락에 이주하면서 만들어진 집단촌락이다.

서울시는 2011년 4월 28일 구룡마을 25만여㎡에 임대 1천250세대를 포함한 총 2천793세대의 주택을 짓겠다는 내용의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그 후로 약 12년이 지났지만, 구룡마을 재개발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보상과 개발 방식 등을 두고 무허가 주택 주민과 토지주, 시와 강남구 간 견해가 충돌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룡마을은 2011년 개발이 결정된 이후 사업 취소와 논의 재개를 반복하다가 결국 2014년 8월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그러다가 2014년 11월 발생한 대형 화재를 계기로 2016년 12월 다시 구역지정이 됐고 시는 2020년 6월 11일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했다. 당시 시는 2022년 착공해 2025년 하반기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임대냐 분양이냐를 놓고 시와 강남구가 또다시 불협화음을 내고 토지 보상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구룡마을은 아직도 판자촌으로 남아 있다.

구룡마을과 함께 강남의 대표적인 판자촌이었던 서초동 꽃마을은 법원단지가 형성되면서 철거돼 강남의 판자촌은 현재 구룡마을이 유일하다.

한편 오세훈 시장은 이날 구룡마을 화재 상황을 보고 받은 뒤 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이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국매일신문] 박창복기자 
parkch@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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