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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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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단상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4.0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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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단상
            - 경현수作

산에 푸른 들판에 단풍이 물들어 간다
아무도 물감을 뿌리지 않았는데

나, 꿈꾼 적 없어도 은발의 머리카락 휘날린다

예감 없이 오는 사랑이듯

온갖 나무는 붉은 채색 옷 입고 서성댄다
산과 들 조용히 늙어가는
곱게 붉어지는 모습 닮아가고 싶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과거는 기억 속에 남아 회상으로 실제인양 펼쳐진다. 
잊는 것이 더 많다고 해도 기억을 되돌리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과거에 묻혀 사는 것은 허상을 붙잡는 일로 미래는커녕 오늘도 설계하지 못한다. 
과거는 오늘의 기반으로 현재의 삶을 참조하는 데서 멈춰야 올바른 삶이 된다. 

미래는 아직 닥치지 않은 내일로 아무도 모른다. 
과거와 현재를 합리적으로 셈하여 짐작할 뿐이다. 
그래도 예측이 어느 정도 맞는 것은 현실에 맞춰 과거를 회상하고 그것에 준하여 실행하기 때문이다. 

삶은 예측 불가의 현실이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삶을 벗어나 공상 세계에 갈 수 없고 현실에 만족해야 한다. 

자연은 사람에게 사는 법을 준 게 아니라 따르는 법을 줬다. 
다만 사람의 이기심으로 자연을 삶에 맞춰 적응할 뿐이다. 

계절은 늘 같은 모양으로 변한다. 
사계절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우주의 섭리이며 수명이 정해진 사람에게 허무를 준다. 

경현수 시인은 자연의 변화에서 삶의 과정을 느끼고 미래의 단상을 그렸다. 
물감도 뿌리지 않았는데 산야가 붉게 물들어간다. 
머리 염색을 하지 않았는데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간다. 

예감 없이 왔던 사랑이듯 아무런 준비 없는데 늙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늙는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자연의 한 부분인 사람의 삶도 자연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람인 이상 꿈을 꾼다. 
산과 들이 조용하게 변해가는 것과 같이 곱게 늙어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 

그러나 이것 역시 꿈이다. 
어느 날 돌아본 삶의 단상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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