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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사람 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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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사람 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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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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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사람 사는 일
               - 임병호 作

그가 죽은 뒤 사람들은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셨다

사람 좋았는데 안 됐어, 문상객들이 시시덕거렸다

망자가 궤연 저편에서 유 심 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가치가 수준을 일정한 기준에 맞춰 따지고 매기는 일은 삶의 일상이다. 
평가를 못 한다면 가치를 모르고 가치를 모르면 삶의 기준을 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일이다. 

땅을 한 평 산다고 했을 때 위치와 모양을 따져야 하고 그 가치를 저울질하여 구입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물품도 마찬가지로 쓰임새와 질을 평가하지 못한다면 구입할 필요가 없다. 

사람의 일상은 모든 것이 평가에 의해 결정되므로 무엇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한데 사람이 물품을 평가하듯 사람을 평가하는 일도 다반사다. 

과거와 현대를 막론하고 사람의 평가에 따라 역사는 이뤄진다. 
그 사람의 질을 평가하지 못한다면 기업과 정치, 국가의 흥망성쇠는 안개 속에서 헤맬 것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의 평가는 등용하기 위하여, 
결혼을 위하여, 사귀기 위하여 그러므로 그 가치가 어떻든 이해하고 수긍한다. 
평가받아야 그 속에 합류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설혹 나쁜 평을 받았다 해도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고 불굴의 정신을 기르는 기초가 된다. 
하지만 장례식에서의 평가는 다르다. 좋든 나쁘든 떠난 사람은 다시 고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평가는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며 가치를 따질 수가 없다. 

임병호 시인은 요즘 장례식장의 풍경을 그리면서 삶의 여정을 밝힌다. 
위로와 명복을 비는 자리에서 함부로 망자를 평가하는 것은 실례이다. 
좋은 평가만 할 수 없지 않은가. 

궤연 저편에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망자의 혼은 무시하고 
술에 취하여 떠들어 댄다면 장례식장이 아니라 축하연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 사는 일이다. 
죽었든 살았든 사람은 말 섞임에서 활기를 찾는다. 
사람답게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이상 서로 기대어 사는 게 좋을 것이라는 시인의 충고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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