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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업선진국이 되기 위한 한국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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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업선진국이 되기 위한 한국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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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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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우리나라는 6․25전쟁 후 196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냉수 한 사발로 허기를 채우는 이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식량이 부족하였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가수 진성의 노래 ‘보릿고개’는 1960~70년대 보릿고개를 직접 경험한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요즘 감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가사다.

1970년대 후반까지도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을 아끼자며 혼분식 장려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했다. 그 기간 동안 모든 음식점은 밥에 보리쌀이나 면류를 25% 이상 혼합해 판매해야만 했고, ‘분식의 날’도 있었다. 행정명령을 위반한 음식점은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도시락 검사를 해서 잡곡을 섞지 않는 도시락을 가져온 학생을 꾸짖었다. 하얀 쌀밥을 배불리 먹고 싶다는 소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때였다.

이러한 나라가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2019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R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UNCTAR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첫 번째 사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주요 20개국(G20)회원국, 세계은행(WB)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가 우리나라다. 전 세계 경제 10위권 진입, 문화와 트렌드를 선도하는 K-팝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나라가 되었다.

농업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쌀이 남아돌아 걱정하는 하는 나라가 된지 오래다. 쌀 생산량이 1976년 600만톤을 기록하며 쌀 자급자족 시대를 열면서 보릿고개가 없어졌다. 쌀 생산량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타이, 미얀마, 일본 순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정도다. 그렇지만 쌀 생산 기계화율(98%)과 고품질 안전재배기술은 일본 다음으로 최고다.

한겨울에도 신선한 채소가 지천이다. 비닐하우스로 대표되는 시설재배면적이 온 들판을 하얗게 물들였다. 전체 면적이 53,000여ha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국민 1인당 약 11㎡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설재배의 선도국이다. 이런 시설원예생산 기반이 확대되어 전천후 농업의 문을 열었고 농산물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우리나라 비닐온실 모델은 보온, 난방, 환기기능은 물론 재해에도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미 등지에 수출되고 있다. 우리 농업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50년 전 가난했던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개발도상국 23개 국가에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를 설치하고 현지에 농업전문가 900여명을 파견해 농업교육과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캄보디아에는 옥수수(사료용) ‘CHM01’ 품종을 보급해 생산농가의 소득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또 감자의 원산지인 에콰도르에 한국형 수경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병씨감자를 보급해 이곳 감자생산량을 40%까지 증수시켰다.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20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세계적 물류난 등 어려운 여건에서 일궈낸 역대 최고 수출액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떡볶이·즉석밥 등 쌀가공식품이 인기가 높았다. 라면·음료 등도 간편식 선호추세와 한류 효과에 힘입어 각국에서 수요가 증가했다. 전 세계로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농수산식품을 보면 안전성과 품질의 고급화가 이뤄졌음을 알 수가 있다.

우리농업이 이정도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농업인의 노력과 땀을 흘렸다. 농업이야 말로 국가기간산업(國家基幹産業)이다. 요즘 농업 선진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말도 자주 회자된다. 다 맞는 말이고 의미가 있는 말이다. 선진국은 농업을 중시한 가운데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확립된 나라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세대적 지속가능성, 경제적 지속가능성,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농업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 정부의 투자가 우선되고, 공익산업(公益産業)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서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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