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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0] 'The best is yet to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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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0] 'The best is yet to come'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7.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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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1959년생)
충남 부여 출신으로 1983년 ‘삶의 문학’을 통해 등단. '제27회 소월시문학상’을 받음.

<함께 읽기> 나이 들면 대부분 뱃살이 붙는다. 그 까닭을 의학자는 세포의 노화로 인해 우리 몸속 기능이 떨어지면서 호르몬의 변화가 생겨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하는 반면, 심리학자는 허리띠 졸라맬 간절함이 부족해서라고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간절함 부족해서'란 말에 주목해보자.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이 시행이 필자를 보고 쓴 듯하여 섬뜩했다. 전에는 무엇을 이루려고 간절히 노력했건만 이젠 아니다. 그래서 만나는 이들마다 "왜 이렇게 배가 많이 나왔어", "이제 펜이 무뎌진것 같아"라고 한다. '간절한 소망, 간절한 기도 ...' 이제 이런 말은 아스라히 먼 곳에나 존재한다. '좋은게 좋은것'이란 말의 노예가 된 몸, 간절이 빠져나가니 달아오르지 않고, 달아오르지 않으니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니 지성을 다할 수 없다. 그래서 ‘간절’이 몸에서 빠져나가면 ‘나무토막’ 같은 삶밖에 남지 않아 쉽게 늙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아직 남은 날이 무수한데, 벌써 이렇게 가라앉으면 안 되는데... 이럴 때 떠오르는 My way를 부른 프랭크 시나트라의 묘비에 적힌 말,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The best is yet to come)" 그래 아직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는데 벌써 주저앉을 수는 없잖아를 되새기며 이 시 속의 사내처럼 잃어버리고 또 잊어버린 그 ‘간절’을 다시 찾아 나서야겠다. 통통 튀는 공으로 살아야겠다. 그런데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의 어법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려야 한다"로 해야 문맥이 통할 것 같은데... 시인이 시어 하나 고를 때 얼마나 신중한지 잘 알기에 왜 "살아야"로 했는지 그 의도를 알아보려 했으나 필자의 능력 밖이라... '빠져나가야 할 뱃살, 빠져선 안 될 간절' 당분간 제가 물고 늘어져야 할 화두가 생겼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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