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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하마스의 기습’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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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하마스의 기습’을 보며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10.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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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유대 안식일인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지역에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긴장이 이완되는 새벽 6시 30분을 전후하여 수천 발의 로켓을 퍼부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무장대원을 침투시켜 수십 명의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갔다. 분쟁이 자주 발생하던 지역이지만, 규모 면에서 여느 때와 달랐던 터라 전면전으로 치달을 우려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정보력과 방공체계가 제대로 기능 발휘를 못하고, 이에 따라 피해가 가중되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모사드, 신베트, 아만 등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하마스의 공격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듯하다. 군사전문가들이 이스라엘의 실패한 정보력에 적지 않게 놀라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가 이스라엘의 피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미사일 요격 체계를 중심으로 북한 도발에 대응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방호체계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끔찍한 일을 겪을 것”이라며 보복을 시작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정당으로 군사 조직까지 갖췄다. 가자는 팔레스타인 204만명이 사는 지중해 연안 362k㎡의 땅으로 우리나라 군 정도의 좁은 땅이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서로 뺏고 빼앗기기를 반복해왔고, 1994년부터 팔레스타인 자치가 시작됐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격에 반발하여 봉기한 ‘인티파타(투석 투쟁)’를 계기로 등장했다. 이때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암살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이다. 1987년부터 93년까지 이어진 인티파타에서 팔레스타인 1162명, 이스라엘은 160명이 죽었다. 이러한 배경 탓인지 하마스는 강경책으로 일관해왔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지배하는 파타당은 온건하고 세속적인 성향의 정치세력이다. 현재 가자는 하마스가, 요르단 서안은 파타당이 장악하고 있다. 서안보다 가자에서 충돌과 전쟁이 빈번한 까닭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저항 운동’이란 의미이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하며, 대화보다는 무력에 의한 완전한 독립을 추구한다. 민간인에 대한 자살 테러 공격과 로켓발사 등 서슴지 않는다. 여성들에게 히잡을 강요하고 공공장소에서 공연도 금지하고 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에게 애증이 교차하는 정치세력이다. 자살폭탄 테러에 여성까지 동원하는 잔인함과 폭력성, 이스라엘과의 끝없는 전쟁에 염증을 내면서도 이스라엘의 탄압에 그나마 목숨을 걸고 싸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지하는 것이다.

전쟁이 어떻게 확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제사회가 하마스의 테러를 규탄하며 종전을 호소하고 있지만 수많은 민간인까지 죽고 납치된 이스라엘이 쉽게 총을 놓지는 않을 듯하다.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스라엘 안에도 팔레스타인을 원천적으로 부정, 배격하는 강경한 흐름이 득세하고 있다.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가 태어난 중동에 신의 축복과 평화가 없다는 것은 모순이고 비극이다.

1948년 건국 이후 적대 국가와 테러 세력에 둘러싸여 일상적으로 안보 위협을 받아 온 이스라엘은 ‘스마트 국경 시스템’과 아이언돔 등 첨단 국방 장비, 시스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었다. 하지만 하마스의 기습공격 초기에 허를 찔렸다. 이스라엘의 초기 대응 실패를 보면서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착하는 북한의 장사정포 등 재래식 무기에도 노출된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하마스는 로켓포 수천 발을 발사했는데, 북한의 장사정포는 시간당 1만6000발을 쏠 정도로 더 위력적이다. 한국이 이스라엘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9·19 군사합의로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감시가 제한됐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 장관의 지적처럼 2018년 9월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 국면에서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채택한 9·19 군사합의는 재검토해야 할 대목이 많다. 남북이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합의를 무시하고 무인기 침투 등 도발을 일삼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손발을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육상에서는 연대급 기동 훈련과 포병 사격 훈련이 전면 중지됐고, 비무장지대(DMZ) 11개 감시초소(GP)를 철수시켜 기습 대남 도발을 감시하기 어려워졌다.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비행금지선이 설정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전력 우위에 있는 한국과 미국 항공 정찰자산의 대북 감시 활동이 크게 제한받고 있다. 북한 특수부대의 AN-2기 도발 징후 등을 미리 포착하는 데도 어려움이 커졌다. 요격체계 강화 등 대대적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 최강이라던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국내 정치의 외풍 때문에 대응 역량이 약해져 하마스의 동향 파악과 정보 분석에 실패한 사실도 우리의 국가정보원 운용에 주는 반면교사 교훈이 작지 않다. 민주당 정권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박탈 등으로 정보기관의 역량을 위축시킨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가 안보는 국민이 함께 지켜야 한다. 이스라엘 국민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강한 애국심을 보여주고 있다. 성지 순례자와 관광객이 이스라엘을 황급히 빠져나가는 와중에 해외의 유대인들은 조국을 지키겠다며 속속 귀국해 예비군 소집에 응하고 있다.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로 지난 몇 년간 느슨해진 우리의 안보 경각심도 이참에 다잡아 나가야 한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군은 갱도화된 포병자산을 북방한계을 연하여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서울에서 불과 60km 거리에 떨어져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주요 도시인 텔아비브와 예루살렘까지가 80km밖에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은 안보상황에 최적화된 적극적 방호체계를 갖추었지만, 이번 하마스 공격에 허를 찔렸다. 소극적 방호체계를 잘 갖춘 터라 그나마 피해 규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군이 서울에 하마스와 같은 기습공격을 감행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완벽하다고 자부했던 이스라엘 정보력과 철의 지붕도 뚫렸다. 공격자는 항시 방어자의 허를 노리고 있다. 적극적 방호를 완벽히 갖추더라도 소극적 방호, 즉 대피시설 확보, 경보체계 구축, 교육훈련 실시 등을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8세기 중엽 왕적신(王積薪)이 쓴 글인 바둑을 둘 때 명심하고 준수해야 할열 가지 요결(要訣)의 하나로 오늘날까지 바둑계뿐만 아니라 실생활에도 널리 존중되고 있는 금언이다. 바둑 기본용어 중에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打)’라는 말이 있다. 장기에서도 통하는 용어인데 먼저 내 말이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 상대방 말을 잡을 궁리를 해야 한다는 뜻의 격언이다. 자기 말의 생사를 돌보지 않은 채 무리하게 공격하다가 역습을 당한다거나, 적진으로 깊숙이 침투했다가 퇴로를 차단당해서 대마를 죽이는 등의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말인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살아남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아생연후살타를, 잊어선 안 될 금언이다.전쟁은 벌어짐과 동시에 모든 윤리는 정지되고, 인권과 정의는 소멸한다. 오로지 승패를 위한 처절한 싸움만 있을 뿐이다. 남북한이 대치하여 휴전 상태인 대한민국에서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이 더 이상 정치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 용기가 없어서 안 싸우는 것이 아니다. 절제는 용기의 가장 높은 가치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영상으로 생중계되는 시대에 불똥이 한반도에 튀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더더욱 한반도는 전화에 휩싸이지 않도록 한걸음도 조심스러워야만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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