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아쉬운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아쉬운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9.21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 즉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현행 10만 원 상한인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이 15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농·축·수산물의 선물 가격 한도를 높인 것은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기존 상한액에 맞춰 선물세트를 제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명절에는 선물 가액이 2배로 적용되어 최대 30만 원까지 선물이 가능해졌다. 이번 달 추석을 앞두고 한우세트나 굴비세트 등이 더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어 관련업계 상인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는 식사비가 인상되지 않고 3만 원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연히 식사비도 인상될 것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의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년 사이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곡물이나 유류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각종 식품 재료비가 인상되었다. 이에 음식 값도 일제히 올라 직장인들이 1만원으로 점심 먹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식사비 상한액을 3만 원에 묶어 놓아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5만 원으로 인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유지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고 한다. 결국 형평성에 맞지 않는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식사비 상한액 현실화가 필요한 것은 김영란법이 도입된 지 7~8년이 지나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는 점이다. 최저시급도 법 도입 시점보다 60% 가까이 올랐다. 내년에는 최저시급이 거의 1만 원에 육박하게 된다. 지금도 종업원 월급이나 알바생 최저시급을 맞추느라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애초 관련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물가나 최저시급이 오른 점을 고려하여 한도액 상향에 대한 논의 과정을 거쳐 상한액 인상에 힘을 실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가 밝혔지만, 올해로 7년째를 맞는 청탁금지법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 금품수수와 같은 불공정 관행을 개선해 보다 투명한 청렴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민생각함에서 국민 4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인식도 조사결과에서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이 91.2%로 나타난 데서도 입증된다. 이번 개정안에서 품목 간 상한액 조정이 차이가 나면서 관련 업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점도 좋지 않은 부분이다.

여기에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모든 분야에서 고통이 컸지만 특히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큰 고초를 겪었다. 방역정책 강화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저녁 시간 대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이제 겨우 숨통이 트일만한 시기인 만큼 내수활성화 차원에서 식사비 상향 조정으로 자영업자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물가가 오른 만큼 식사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참고해야 할 것이며, 그 정도의 인상은 국민 정서에도 크게 위배되지 않을 것이다.

청탁금지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다. 2012년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발의해 ‘김영란법’이라고도 불린다. 법 제정 후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9월부터 시행됐다.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 태풍·가뭄 등 자연재해, 고물가, 수요급감 등으로 농축산업계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농축산물의 선물 가액을 추가 상향 조정한 것은 시의 적절한 조치다. 이 법은 금품 수수와 부정청탁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법안 대상자들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직무 관련자에게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다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수수금액의 2∼5배를 과태료로 물도록 했다.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의례·부조 등의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은 상한액을 정했다. 권익위가 지난달 21일 의결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공포·시행됐다.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을 평시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명절 선물 상한액은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문화예술계 지원을 고려해 공연관람권 등 온라인·모바일 상품권도 선물에 포함됐다. 이상기후와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축수산업계와 문화·예술계의 애로 해소가 목적이다.

법 시행 당시 식사비는 3만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 이내로 규정했다. 농축어업인들의 어려움이 나타나자 2018년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10만 원으로 올렸다. 2년 뒤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설날·추석 기간에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최대 20만 원까지 상향하는 등 선물 가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고가의 사치스러운 선물 등을 공직자 등에게 전달해 공정한 직무수행의 훼손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농축수산물까지 ‘법률적 제재 선물’에 포함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축수산물은 뇌물도 금품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자랑스러운 먹거리일 뿐이라는 축산단체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식사비는 3만 원으로 동결됐다. 선물 가액과 10배 차이다. 재료비·인건비 인상 등 외식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식사비 현실화도 필요하다. 어떠한 법률이나 제도도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고치는 것이 올바른 처사다. 정부 부처가 함께 머리를 모아 현명한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