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27] '구태정치' 버려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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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27] '구태정치' 버려야 나라가 산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12.3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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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1953년생)
충남 서천 출신으로 경희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함께 읽기> 식물학자들은 나무에서 잎이 떨어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기온도 떨어지지만 공기가 건조해진다. 비는 자주 안 오고 수분 증발은 심하니 나무는 본능적으로 에너지 활동(광합성)을 줄이게 된다. 그 일환으로 잎을 떨어뜨린다. 잎과 줄기에 수분이 없으면 추위에도 얼지 않기 때문에, 동상을 입거나 얼어 죽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나무에게 버림받은 잎은 무척 서운할 거다. 아니 "나무들이 무섭다"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하지만 "살아남기 위하여 / 단 하나 남은 / 잎마저 떨구어 내야"한다. 그렇게라도 살아남아야 이듬해 다시 잎을 돋게 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까.

"슬픔을 잊기 위해서 / 더 큰 슬픔을 안아 들이는" 나무에게 잎은 팔다리나 마찬가지다. 자기 지체(잎)를 잘라내야 하는 건 분명 엄청난 슬픔이지만, 그 슬픔을 껴안아야 한다. 작금 정치권이 새겨야할 대목이다.

슬픔을 잊기 위해 슬픔을 껴안는다는 역설. 그래서 "눈물 없이는 / 봄을 기다릴 수 없다" 순간의 아픔을 견뎌야 다 살아나니까.

제목에 은유란 말이 붙었으니 '겨울숲(겨울나무)'을 다른 존재에 비유해 봄은 의미 있는 일일 게다. 불교에서는 잎 떨어진 겨울나무를 부모 형제를 다 버리고 맨몸으로 출가하는 수도자에 비유하여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야 도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모 경제신문에서는 겨울나무를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에 비유, '구조조정'과 연관 지어 해석한 글을 보았다. 즉 직원을 자르는 일은 매우 슬프지만 그래야만 몸통(기업)이 살아날 수 있다는 식으로의 해석했다. 시가 시인의 손을 떠났을 땐 시인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라 해도, 이런 식으로 끌어다 붙인 현실엔 할 말을 잊는다.

그래서 필자도 겁이 난다. 혹 필자가 다는 해설들이 시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이끌고 갈 때는 없었는지 하고. 며칠 전 정원에 매일 떨어지는 낙엽 쓸어내기가 귀찮아 나뭇가지에 몇잎 외로이 붙어 있는 나뭇잎을 싸리비로 털어 쓸어낸,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가 눈에 짠하다. 속모르는 아내 또한 계절의 멋을 모르는 남자라고 한마디 한다.

 "슬픔을 잊기 위해서 / 더 큰 슬픔을 안아 들이는 / 눈물 없이는 / 봄을 기다릴 수 없다“는 마지막 시행의 의미를 정치권은 꼭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구태정치'를 버려야 새날이 온다는 사실을.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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