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관 시인
전북 전주 출신으로 포철공고 졸업, 1993년 ‘전태일 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함께 읽기> 마침표는 한 문장이 끝났을 때 찍는 부호다. 지금은 그렇지 않으나 예전에는 문장 끝에 반드시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어쩌면 우리는 /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의 궁극적 목적을 명쾌하게 해명하는 두 시행. 한 문장이 끝났을 때 반드시 찍어야 하는 점 하나, 그게 바로 마침표다.
'두루뭉술', '대충', '적당히'로 매듭지을 수 없는 게 우리네 삶이라면 그 매듭의 끝에 마감짓는 부호가 바로 마침표라 하겠다.
한 문장의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말은 그 문장은 끝났지만 이어질 다음 문장을 기다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침표는 현재로선 절망일 수 있지만, 새로 시작 할 수 있음에 희망이 되기도 한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돌아갈 곳마저 배신한 삶, 굴곡진 삶인지 짐작조차 못 할 만큼 격렬한 시어. 하루하루가 전쟁터였을 것 같은 시인의 삶을 잠시 대입해 본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 또 울었을까” 아주 가는 불빛조차 보이지 않은 절망 속에 허덕일 때 끝까지 나아가려고 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 마침표 하나, /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비루한 삶이라도, 아무리 절망적인 삶이라도 아직 마침표 찍을 자리가 남아 있다면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음을...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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