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데스크席] 청년들의 봄 같잖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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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청년들의 봄 같잖은 봄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4.2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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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5월 만료된다. 약 12개월 남은 셈이다. 등산으로 치면 하산의 막바지 부분이다. 이 때문에 지난 16일의 신임 총리 지명과 일부 부처 개각은 재·보궐선거 민심에 따른 국정 마무리용 인물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남은 1년, 문재인 정부는 어떤 정책을 집중 정리해 성공한 정부로 만들 것인가. 우선 표류하고 있는 정책들의 중심을 잡고, 그다음 정책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특단의 청년대책’을 주문한 건 제 해결에 대한 기대는커녕 되레 우려와 불안감을 키웠다. 대통령은 ‘4·7 재보선’에서 확인된 청년세대의 들끓는 분노와 민심을 무겁게 의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이 청년 일자리 확충과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혀 줄 특단의 대책 지시로 이어진 셈이다. 문제는 그날 드러낸 인식과 문제 해결방식이 지금까지와 변한 게 전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그날 “청년들이 코로나 충격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며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를 은근슬쩍 코로나19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그런 언급은 그동안 경제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숱한 왜곡된 해석에 국민들이 느껴왔던 기만당하는 듯한 불쾌감을 다시 한 번 자극했을 뿐이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20대 청년 남성 70%가 야당 후보에 몰표를 던진 원인은 코로나19 탓만이 결코 아니다. 현 정권이 미숙한 고용ㆍ노동정책으로 되레 청년 일자리를 크게 위축시킨 점, 조국 사태 등으로 공정 구호가 위선이었음이 드러난 점 등이 크게 작용했다.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을 꼽는다면 단연 집값 폭등으로, 졸지에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 대다수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가 작용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청년 문제를 언급하려고 했다면, 적어도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왜곡된 현실인식보다 더 불안한 건 문제 해결방식이다. 일자리 얘긴 그렇다 쳐도,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보다 넓어질 수 있도록 기존 대책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대목이 문제다.

2018년 4월 “월성1호기는 언제 멈추느냐”는 문 대통령의 한 마디처럼, 대통령의 정책 암시는 심각한 정책 무리수로 이어지기 십상이다.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998조 원으로 2010년 968조 원에서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부채증가 속도가 2015년 이래 5년 연속 OECD 회원국 중 1위를 달릴 정도로 빨랐던 결과다.

IMF 등 국내외 기관과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지난해 8%대까지 치솟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연간 4%대로 낮추기 위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하지만 여당 내에선 벌써부터 차기 대선을 의식한 ‘묻지마 청년대책’이 남발되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 축의금만으로도 집을 살 수 있도록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을 90%까지 확 풀자”는 송영길 의원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까지 나서 청년 등에 대한 LTV나 DTI(총부채상환비율)의 획기적 완화를 거론하고 나섰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특단 대책 주문이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불문가지인 상황이 됐다.

하지만 대통령이 주문한 특단 대책 수준의 청년 대출 완화책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 관리방안과의 엇박자는 물론, 편의적 시책에 따른 금융시스템 훼손이 심각할 것이다. 정권 초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다주택 투기를 부추겼듯, 결국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의 반복으로 상승한 집값을 뒷받침하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또 내 집 마련이 더 절실한 4050 무주택 세대주에겐 심각한 역차별이 발생한다.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만 신경 쓰는 포퓰리즘과 좋은 정책으로 민심을 얻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정권이 지금이라도 ‘꼼수’를 넘어 민심을 진지하게 받드는 정상궤도로 복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은 그 청춘의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매출액 500대 기업 가운데 63.6%는 대졸 신규 직원을 뽑을 계획이 없거나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41.3%보다 22.3%p나 높다.대기업이 채용을 줄인다면 올해 고용 상황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난 해 12월 기준 청년 실업률이 2018년 9.5% 이후 다시 9%대로 올라섰다는 통계청의 발표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실은 모두가 잘 안다. 10명 중 4명이 실업 상태임을 보여주는 확장실업률은 현실을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본다.청년의 직업 활동은 사회의 건강성을 비춰주는 거울이지만 미래 학자들마저 예측 못한 코로나 19까지 발호하는 현실에서 그 거울은 결코 맑지 않다.

‘벼락거지’와 ‘영끌’, ‘영털’, ‘LH반칙’, 청년들의 계층 역전, 실망, 허탈감, 과도기라는 용어들이 현 시대상을 상징하는 용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민간 기업을 포기한 청년 세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학원을 전전하는 모습에서 왠지 오래된 흑백 영화를 되돌려보는 느낌까지 든다. 가계부채 1천 조 시대다. 빚쟁이들을 피해 높은 망루로 피신해 갚을 길 없는 빚을 걱정하는 중국 주왕의 모습을 빚댄 채대고축(債臺高築)의 사자성어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그 충격파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 왕도는 없겠지만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는 정책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각종 규제를 풀고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청년들의 봄은 요원해진다.

창 밖은 봄 기운이 완연하지만 고용시장은 아직 한 겨울인 듯하다.으레 이맘때면 자주 등장하는 5자성어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하도 많이 인용해 매우 식상하기는 하지만 매년 봄이면 이 다섯 자를 대입해야 그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해가 많으니 그게 무척 안타깝다. 오늘의 청년, 그들에게 드리워진 길고 어두운 그림자는 언제 쯤이면 걷어질까.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무’라는데 그들의 꿈나무는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이래저래 많은 의문만 드는 봄 같잖은 봄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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