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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위드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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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위드 코로나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12.1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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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최재혁 지방부국장
최재혁 지방부국장

지난 2년간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온 지구가 몸살을 앓았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두기, 모임 자제하기로 코로나에 적응하면서도 속히 코로나가 종식돼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고 코로나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아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고 코로나와 함께 사는 세상, 즉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적응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복제하지 못하면 변이하지 않는다. 바이러스학의 이 상식은 다시 입증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와 자기복제로 증식하는 것을 백신이 막아주는데, 그런 백신 접종률이 매우 저조한 남아프리카에서 다섯 번째 ‘우려변이’ 오미크론이 등장했다. 학자들은 원형 코로나19의 직계 후손이라기보다 먼 친척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만큼 많은 변이가 이뤄졌고, 상당수는 처음 보는 것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델타 변이의 두 배인 32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렇게 많이 바뀌려면 바이러스가 면역체계나 백신의 방해 없이 마음껏 복제할 수 있는 판이 깔려야 한다. 에이즈 등 면역결핍 상태로 감염된 누군가, 백신을 맞지 못한 채 감염돼 장기간 투병하던 누군가의 몸에서 만들어졌으리라 추정되고 있다.

오미크론의 변이 중 15개는 인체 세포와 처음 만나는 수용체결합영역에 몰려 있다. 델타는 이곳에 3개의 변이만 갖고도 놀라운 전파력을 보인 터라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의 다섯 배라는 추측이 나왔다. 앞선 우려변이 가운데 돌파력(면역회피 기능)이 가장 센 건 베타였다. 작년 11월 발견된 베타는 델타에 완패해 지배종 자리를 내줬다. 당시는 인간이 거리두기를 한 지 1년쯤 됐을 때, 그러니까 바이러스 입장에선 돌파력보다 전파력이 중요했을 때였다. 인간이 백신을 맞은 지 1년쯤 된 지금, 오미크론은 베타의 변이 특성도 여럿 갖고 등장했다. 백신에 맞서는 돌파력에 특화된 건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걱정스럽지만, 패닉에 빠질 일은 아니다. 몇 가지 희망적인 상황이 있다. ①증상이 가벼워 보인다. ②사흘 만에 우려변이로 지정해 대응이 빨랐다(델타는 두 달 걸렸다). ③mRNA 백신은 변이에 맞춰 쉽게 재조합할 수 있다. ④곧 보급될 먹는 치료제의 원리는 이번 변이와 무관해서 게임체인저 잠재력이 여전하다. ⑤베타를 발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팀이 이번엔 오미크론을 포착해 세계에 알렸다. 실시간 정보를 공유 중이다. 과학의 네트워크는 잘 작동하고 있으며, 과학자들이 다시 함께 뛰기 시작했다.

당초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의 60-70%에 대한 백신 접종이 완료되었을 때, 집단면역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우리 정부도 지난 6월 발표한 '예방접종 3분기 시행계획'에 따라 백신접종 고삐를 죈 결과, 10월 26일자로 70% 접종률을 달성했다.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출구로 시작된 백신은 2021년을 뜨겁게 달군 화두였다. 코로나19와 관련 키워드 중 ‘백신 수급’ ‘접종 예약’ ‘접종률 현황’이 실시간 검색어 메인에 1년여 동안 오를 정도였다.하지만 그 같은 키워드가 무색할 정도로 백신에 대한 기대감은 불안과 우려로 바뀌고 있다.

백신접종을 기피한 20-30대 접종자 중 사망사고가 잇따른데다 위중증 환자마저 일일 500명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자칭 전문가들은 ‘3대 악재 겹친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들이 말한 악재(惡材)는 병원체(바이러스)와 숙주(환자), 환경적 요소(날씨와 이동량) 등 세 가지다. 백신 접종률은 높아졌지만,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일상 곳곳에 바이러스 균이 누적되면서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동시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궁핍해 보인다.지난 6월 국민의 70%가 접종을 완료하면,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한 지 불과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그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집단면역’의 자신감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3번을 맞아도 항체가 안 생기는 분들이 있듯이 100% 완벽하지 않은 것’이라든지 ‘환자의 특성이나 채혈해서 항체가 생겼는지 안 생겼는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식의 견해는 상식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들이 알고 싶고 궁금한 것은 딱 두 가지로 모아진다.부작용이 생기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그 같은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다.궁여지책으로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추가접종(부스터샷)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60대 등 고위험군의 추가접종까지 간격을 4개월로 앞당기고, 50대 또한 5개월로 단축하는 게 골자다.

추가접종의 필요성 대신 미접종자에 대한 접종 독려는 사라지고 추가접종의 필요성만을 강조하기에 급급하다.이와 함께 정부는 ‘위드 코로’'에 대한 소신과 견해를 밝혀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행 후 나타난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살피고 그에 필요한 방역지침을 보완해야 한다. 코로나도 잡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의지만큼은 백 번 공감하지만,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무엇이 최선이고 차선인지를 살핀 후,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전 세계 신규 감염 사례 가운데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90만 명이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 방침을 폐기하고 방역 규제를 빠르게 재도입하는 상황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12세 이상 인구의 89%가 2차 접종을 마쳐 어느 나라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아일랜드의 경우, 지난달 신규 감염자가 4407명을 기록했다. 확산세가 극심했던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코로나19도 인플루엔자처럼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하는 상황으로 가게 될 것 같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말 그대로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국민이 ‘코로나와 함께(with)할 수 있는지’를 냉정히 살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미크론 등장에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작년 초와는 다른 상황이다. 백신도 있고 마스크도 있고 내년 상반기면 치료제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의 끝은 반드시 온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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