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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2021년이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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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2021년이 저물어 간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12.0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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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늘 그랬듯이 해마다 12월이 되면 만감이 교차한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달력 한장에는 2021년 한해동안의 자랑스러웠고, 부끄러웠고, 힘들었고, 즐거웠던 우리의 일상사 모두가 그대로 응축돼 있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조선 시대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1681~1763)은 한 해를 보내며 읊은 ‘차고운(次古韻)’이라는 시에서 “청산 밖 세상사를 어찌 다 알겠는가, 꽃피는 봄에나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섭리를 노래했다.

‘赴壑脩鱗日不遲(부학수린일부지) 골짜기로 가는 긴 뱀처럼 서둘러 해가 넘어가는 때라/年光閱眼久尋思 (연광열안구심사)눈앞으로 지나는 세월을 보며 오랫동안 상념에 젖어 있다/衰容縮瑟霜添 (쇠용축슬상첨빈)나이 든 얼굴은 움츠러들어 귀밑머리엔 서리가 내려앉고/寒意憑凌雪在枝(한의빙릉설재지)추위는 기세등등하여 나뭇가지엔 눈이 얹혀 있다/黃卷中人須自勉 (황권중인수자면)글 읽는 사람이니 스스로 힘써야 할 뿐/靑山外事也何知 (청산외사야하지)청산 밖 세상사야 내가 뭘 알겠는가/十分盞酒留佳約 (십분잔주유가약)아름다운 약속을 남겨 술동이를 가득 채워놓고서/會待花風第一吹 (회대화풍제일취)꽃을 피우는 첫 번째 바람이 불 그날을 기다리노라’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또 저물고 있다. 묵은해, 새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을 그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매듭을 짓는 시간, 마지막 한 장을 남겨 둔 달력 앞에 서면 주마등처럼 한 해의 단상들이 떠오르고 숙연해진다.

어떻게 살아왔는가? 주변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얼마나 도움이 되고 뾰족한 나의 성격을 얼마쯤이나 갈고 닦았는가? 성숙을 향하여 얼마나 전진하였는가? 원과 원이 만나면 서로 부딪히지 않고 동심원을 만들며 부분집합이나 진부분집합 등을 만든다. 그러나 뾰족한 것은 만나면 서로를 찌르고 상처를 내곤 한다. 이것이 우주의 원리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원리이다.우리 주변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긋나며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21년을 가득 채웠던 12장의 달력에서 마지막 한 장이 남았다. 소띠를 알렸던 신축년 한 해의 마지막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그동안 저마다 열심히 뛰어온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특별한 성과 없이 또 한 해를 보낸다는 아쉬움과 함께 여러 가지 느낌이 교차되는 시기다. 주변에서 잘 보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12월은 개인이나 단체, 회사별로 각종 모임으로 분주해진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다. 식당이나 유흥업소 등에는 삼삼오오 술잔을 부딪치면서 한 해를 정리하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저마다 재미있는 건배사 등을 준비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보기 어려운 풍속도가 됐는데 올해도 코로나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12월은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우리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게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기 때문이다. 독거노인, 조손가정, 극빈가정 등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가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란 점에서 이들을 외면할 수 없다. 12월이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사랑의 열매달기’가 시작되고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이 열리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2월 시작과 함께 우리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남은 기간 동안 한 해의 정리와 함께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지배하면서 사람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일상 회복에 대한 열망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신들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코로나19를 잘 이겨내고 있다.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남은 기간들도 잘 정리하면 좋겠다.

가고 오는 것이야 자연의 이치일 터, 12월은 곧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알게 해주는 달이다. 누군가에게 한 장 남은 달력은 회한 그득한 세월의 흔적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홀가분하게 털고 가기 직전 준비로 들뜬 시간일 수도 있다. 보내고 나면 또 새롭게 다가오는 ‘세월의 힘’, 세월 대전의 길목에서 새삼 섭리의 위대함을 새겨 본다. 결국 기다리면 누구에게나 ‘봄’은 또 오고야 마는 것이니까. 내년에는 완전한 일상 회복을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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