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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한국식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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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한국식 나이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1.0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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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오는 6월부터 사법 관계와 행정 분야에서 사람을 ‘만 나이’로 통일하여 사용케 된다. 국회는 지난해 본회의에서 만 나이 사용을 명확히 규정한 민법 일부개정안과 행정기본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공포 6개월 뒤 시행된다. 현재 법령상 나이는 민법에 따라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출생한 날로 부터 바로 한 살로 여겨, 해마다 한 살씩 증가하는 이른바 ‘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나이는 세는 나이였으며, 연 나이는 술·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지 여부와 징병의 의무를 개시하는 시점 등을 계산할 때 쓴다. 1962년부터는 만 나이를 도입하면서 민법상이나 공문서, 의료 서비스 등에서는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식 ‘세는 나이’의 기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고대 중국 등 과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로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는 나이’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說)이 있다. 인간 존중 사상의 영향으로 배 속의 태아도 하나의 생명으로 인정해 나이 개념을 적용하는 ‘생명 존중’ 정신의 산물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그 의미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장유유서 사회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으면 형으로 예우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 살이라도 나이를 올리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해 왔다.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심하다. 

사회에서 처음 만나 나이를 묻게되면 호적이 잘못돼서 나이가 줄었다며 실제 나이를 올려서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버지를 주민등록신고도 제대로 못한 ‘바보(?)’로 만든다. 불효다. 시골 출신들은 이장이 신고를 늦게했다는 사람도 있고, 면서기가 기록을 잘못했다고도 말한다. 옛날에는 생후 사망률이 높아 출생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앞으로 나이를 묻는 문화도 없어져야 하겠지만 꼭 대답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국제통용법상 생일날 기준으로 답하면 된다. 명확하게 국제 통용법 나이를 답변했음에도 띠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는 사람 꼭 있다. 빠른 생일 계산법은 그해 입춘 전에 태어났으면 전해 띠가 맞고 입춘 뒤에 태어 났으면 당해 띠가 맞다. 이리 복잡하게 나이를 따질일인가 싶다. 혹시 그런 사람 있으면 저보다 위신거 같은데 그냥 형님 하세요 대접해주면 된다. 나이가 뭐라고 겸연(慊然)쩍음은 상대 몫이다. 

새해다.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이다. 전 국민이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다. 특히 60년 전 계묘년 생은 한 살을 더해 예순 한 살, 회갑이 되는 해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나이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인간관계를 틀 때 맨 먼저 물어보는 게 이름 다음으로 나이다 보니 그렇다. 호칭과 서열 정리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통용되는 나이는 한국식 ‘세는 나이’와 국제통용 기준 ‘만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가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빠른 나이’, ‘민증 나이’까지 등장할 정도여서 몇 가지 나이가 있다. 어릴 적에는 나이를 빨리 먹고 싶고, 늙어서는 천천히 먹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 나이 종류도 다양하게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식 ‘세는 나이’의 기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고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로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세는 나이’를 폐지했다. 일본은 1902년 ‘만 나이’를 공식 적용했고, 1950년부터는 ‘세는 나이’를 법으로 금지했다.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 이후, 북한은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만 쓰고 있다.

행정기본법과 민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공포되면서 나이 계산법이 ‘만 나이’로 통일됐다. 덕분에 새해에는 나이를 거꾸로 먹게 됐다. 생물학적 나이와 별개로 심리적인 회춘을 맛볼 수 있는 세대도 있겠지만 한 살 까먹는다고 느끼는 세대는 어떨지 모르겠다. 어떻든, 새해를 맞아 나이 듦의 소중함을 새삼 인식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만 나이 사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으로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중점 법안으로 다뤄졌다. 

유독 우리나라의 나이 계산법이 복잡해 불필요한 혼선이 많고 국제 기준에 맞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우리 국민 모두 올해부터 나이가 1~2살 어려지는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되었다. 특히 공적 업무 시 편리함이 크고 여러 가지 나이 계산법의 불편함도 사라질 것이다. 워낙 세는 나이가 보편화되어 생활 속에 정착하기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와 관련한 국민 여론 조사결과 80% 이상 긍정적인 응답이 나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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