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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인구정책은 백년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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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인구정책은 백년대계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12.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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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지난 7월 유엔 ‘세계 인구의 날’ 보고서에 따르면 가파른 노인인구 증가로 인해 2025년 20.35%로 늘어나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해 대두되는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린 노인 고독사,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준비 부족으로 인한 노인빈곤, 노인진료비의 획기적 증가추세, 2070년에는 노인인구가 경제활동인구(15~64세)보다 많아질 것이라 예상되는 등 저출산과 맞물린 연금고갈 위기까지, 세계 최장수 국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쌓여가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로 OECD는 물론 전 세계 최저치를 록하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의 산아제한정책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산아제한 정책이 본격 시행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70년부터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포스터가 동네 골목골목마다 나붙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은 그 강도를 높였다.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구호 아래 1명만 낳자고 강요했다. 산아제한정책 기조는 노태우 정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다가 1996년에야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이로 인해 2002년 이후에 출산율이 급감했으나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한 건 2006년부터다.

조금만 더 빨리 인구문제를 거시적으로 내다보고 미래를 예측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출산정려정책도 근시안적이긴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의 골자는 지원금 지급이다.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축하금)을 주고 일정 기간 육아비용(수당)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16년간 세 차례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 280조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회성·한시적 처방으로는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부모급여 역시 실패한 과거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저출산은 사회구조적인 요인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큰 만큼 이를 정확하게 분석해서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불안정이다. 청년층의 취업이 어렵고 취업을 하더라도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사례가 많다.

애, 결혼, 출산, 미래희망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N포 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는 청년 자살률 증가와 무관치 않다. 20대 사망원인 1위가 ‘극단적 선택’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면 청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확충이 출산율 해법의 1순위가 돼야 한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정부-정치권-경제계-노동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차근차근 풀어내야 한다. 여기에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하는 소득 양극화와 계층 고착화가 해소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교육·취업의 출발선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가난해도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든 기를 수 있고, 공부만 잘하면 자수성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교육 불평등 등으로 계층 이동 사다리가 줄어든 탓이다. 부모가 부자면 자녀도 부자가 되고 부모가 가난하면 자녀도 가난해지는데, 어느 누가 아이를 낳아서 힘든 삶을 대물림해주고 싶겠는가. 개인이 자력으로 아이를 키울 여건이 안된다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저소득층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육시설과 서비스를 확충해야 하고,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해 주거, 교육, 의료 등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인구정책은 백년대계다. 돈으로 단기간 내 성과를 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다.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한 뒤 시간이 다소 걸려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심각한 인구감소로 문닫는 유치원이 생기고 초·중·고교의 교실 공실률이 늘고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은 초비상 상태다. 연령대별 미혼율은 상상초월이고 나홀로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러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가족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됐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인구를 늘릴 수만 있다면 그것이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아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구는 국가경쟁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장래가 불투명하다면 희소식은 잠시잠깐에 그칠 수 있다. 지금같은 인구감소 추세라면 희소식은 오래갈 수 없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적 인구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상대 헐뜯기와 끌어내리는 데 뛰어난 머리로 국가 존망이 달린 출산 문제에 집중한다면 묘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곧 꺼질 거품 공약보다는 선진국 대한민국의 장래를 책임질 미래 인구정책에 머리를 모을 때다.

이 같은 저출산 쇼크는 우리나라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정부는 2022년을 기점으로 각 분야의 인구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아이 하나 더 낳으면 100만 원, 200만 원 더 주는 단순한 출산지원금으로 인구증가를 견인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해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저출산 및 인구정책 개혁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모두 치열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현재보다 더 창조적이고 새로운 경제·사회·정치적 패러다임으로 모여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낳으면 낳을수록 고생’이라는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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