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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다시 내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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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다시 내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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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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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절망 아닌 내일은 없는가? 선비와 청년은 어디 갔는가?

‘하제(내일)는 우리에게, 또 당신에게 매우 기쁘고 중요한 시간이다. 어제와 이제를 모아 하제 즉 내일을 위한 통찰을 불러보고자 한다.’

우리에게 ‘내일’은 있는가? 이런 의문문으로 시작한 글이다. 어느 대보름에 쓴 글로 기억한다. 이 시리즈 ‘하제별곡’ 1회(2021년 4월) 첫머리의 윗글은 지금도 중요하다. 

설과 보름은 정월(음력 새해)을 맞는 새 마음자리다. 정월대보름이면 다시 경건해야 한다. 왜 바를 正자 정월(正月)인지 알자. ‘해를 품은 달’ 제목처럼 달(月)은 뜻이 (해 보다) 크다. 

내일이 없다면 절벽 같은 절망이다. 우리말(한국어)에 과거의 지난날을 가리키는 ‘어제’, 오늘인 ‘이제’는 있다. 한자(漢字)가 속뜻을 짊어지지 않은, 순수(純粹)한 겨레의 말에 관한 얘기다. 오늘의 다음날 내일(來日)은 한자말 말고는 없는가?

새삼 ‘설마’ 하는 생각이 들겠다. 어제도, 오늘도 우리말인데 왜 來日만 한자말일까? 그리고 내일 말고는 가까운 미래를 나타내는 우리말을 찾을 수 없는 까닭은 뭘까. 

내일(투모로우)의 우리말은 정녕 없는가. 모레 글피도 있는데, 하필 미래의 대명사라 할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 화려한 이 이름들의 할리우드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끝내 미워할 수만은 없었던 이 악당들이 절망의 빗발 같은 총탄 속으로 지들의 내일과 함께 스러지는 라스트 신, 내일이 없으면 저게 맞다. 우리도 그렇다.

남자 둘, 짝패 갱 영화(1970년 미국)다. ‘난 자유로우니 아무도 날 꺾지 못해’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 ‘내 머리 위에 빗방울 쏟아지고’(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는 영화만큼 히트 날렸다. 

자유(自由)란 말은 여러 뜻 상상하게 한다. 내일 없는 자유도 있을까. 자유 없는 내일은?

스승인 문자학자 고(故) 진태하 선생이 기억의 저편에서 웅크리고 있던 ‘내일’의 우리말을 찾아냈다. 고려 때 중국인이 쓴 고려 말(언어) 교본 ‘계림유사’에서 명일(明日 내일)의 당시 우리말이 ‘하제’임을 찾아냈다. 비교언어학의 개가(凱歌)였다.

하제 말고 내일의 우리말, 또 있다. ‘아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과 관련된 국어학의 한 ‘학설’이다. 어제 이제(오늘) 아제(내일)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선상(線上)에 있다.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이 전해준 지혜다. 아제와 하제는 발음상 같은 말일 수 있다.

‘우리말’에 내일의 의미를 품은 말(단어)이 없었다는 것, 또는 그 동안 (지금까지도) 잊혔다는 것은 시사적(示唆的)이다. 어제와 오늘만 살아내기도 급급하여 내일까지 챙길 필요나 여력(餘力)이 없었던, 겨레 의식의 심연(深淵)을 읽을 수도 있겠다. 하제에는 달라야 한다.

하제(내일)를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어제 사람’ 선배의 걱정이다. 절망이 영화의 저 폭우(rain drops)처럼 얼굴을 때려도 꿋꿋하게 내일을 챙겨야 하는 것이니.

나잇살 권력맛 좀 든 사람들이 칼자루 쥐었다고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저 부덕(不德)의 폭우(暴雨)는 필시 하제 사람들, 후손의 몫을 도적질 하는 것이다. 고운 말로 해도 이제는 알아듣는 이가 드문지라, 다시 절망 같은 내일을 이렇게 저어한다.

하제 즉 내일의 주인인 청년들은 어쩌다 ‘어른들’ 처분만 기다리는 존재가 됐을까? 눈치만 볼래? 쟁취(爭取)없이, 그냥 주어지는 정의와 자유는 없다.  

이 땅에 올곧은 선비는, 선배는 없는가. 용맹한 청년은 어디 갔는가. 치매(癡呆)가 참 무섭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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