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SVB 파산 종합대책 마련해야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SVB 파산 종합대책 마련해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3.23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시작된 금융 부실 리스크 불길이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로 번지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위기설이 돌았던 CS 측이 연례보고서를 통해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고 인정한 데다, 지난해 11월 지분 9.9%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된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SNB)이 ‘추가 지원은 없다’고 밝히면서 추가 유동성 공급을 거부한 데 따라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SVB 파산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다.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았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 10여년 만에 또 다시 미국에서 전 세계를 긴장시키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사태가 일어났다. 미국의 긴축정책으로 발생한 이 사태가 스타트업계에 자금난과 함께 세계적인 실물경제의 침체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은행업계 16위 규모인 SVB는 1982년 설립된 기술 스타트업 분야의 주요 은행으로 40년간 실리콘밸리를 비롯, 미 서부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의 핵심 자금줄이었다.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가 고객이었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 및 예금액은 각각 275조원, 230조원이다. 이번 사태는 SVB가 고객 예금을 국채에 대규모 투자했다가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국채가격이 폭락한 상태에서 테크기업들의 예금인출이 몰린 것이 원인이다. 이런 상태에서 국채매각으로 부실이 발생, 주가폭락, 뱅크런이 일어났다. SVB 영향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시그니처은행에서 하루 10조원이 넘는 뱅크런이 발생하자 폐쇄됐고,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가 스위스 최대금융기관 UBS가 전격 인수하면서 불을 껐다.

하지만 미국 지방·중소은행들은 뱅크런이 계속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로 인해 대출과 관련된 특정산업의 타격으로 경기침체 우려도 나오고 있다. SVB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미국 최대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에 이어 미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금융위기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모기지가 부동산 가격급락으로 부실화되면서 촉발됐다. 반면 SVB사태는 안전 자산인 국채에 투자했다가 발생했는데 투자 규모, 은행 시스템 측면에서 영향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미국 서부 신생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오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연일 점검회의를 열며 SVB파산으로 인한 시중은행과 금융시장 영향을 들여다보고 있다. SVB 파산에 정부가 더욱 예민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최근 정부가 '은행 과점체제 해소 방안' 중 하나로 SVB로 대표되는 챌린저뱅크 설립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은행이 금리인상기를 틈타 이자수익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직원들 배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의 틀을 뒤흔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던 터라 정부와 금융당국은 SVB사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1차 회의에서 SVB로 대표되는 특화은행의 필요성과 단점에 대해서도 논의했는데. 특화은행은 충분한 규제완화 없이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 특정 여신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분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된 상태다.

‘소상공인 은행’이나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을 예로 들었지만 이 역시 경기순응성 등이 높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이미 평가했다. 더 나아가 금융당국이 내놓은 제1차 실무작업반 논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장·단점이 명확하게 요약된다. 스몰라이센스 및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등을 통해 ‘새로운 선수’를 허가하면 금융권에 경쟁을 촉진할 수 있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결국 소비자후생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제시되어 있다. 주목되는 것은 문제점이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문제’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신규은행을 인가해주면 하나같이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돼 결국 소비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공통적으로 기재돼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정부는 이미 금융시장에 메기를 푼다는 결론을 내놓은 상태이고, 메기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40여년된 특화은행이 36시간만에 무너진 SVB사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 있다. 시장에 메기를 푼다는 전제를 수정하거나, 어떤 메기를 풀지에 대해 장기간 숙고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은행의 과점체제를 지적한만큼 전제를 바꾸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시간을 더 가지면 어떨까요. 정부는 상반기까지 은행과점 체제를 깰 수 있는 개선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못박은 상태인데다. 불과 3개월여 남았다. ‘제대로 된’ 메기를 풀고 싶다면 SVB사태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이외의 다양한 대안들에 대해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당국과 업계 관계자들을 살인적인 스케쥴로 몰아붙여 해결될 일이 아니다. 현재의 일정대로 3~4개월만에 도출될 묘안도 미심쩍다. 속도전을 펼치다가 한국판 SVB사태를 불러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 가운데 SVB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돼 세계금융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