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1000원의 아침밥 지원 대상 늘려야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1000원의 아침밥 지원 대상 늘려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4.13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우리나라 농업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쌀의 적정생산과 쌀값 안정이다. 국내 농가 중 절반 이상이 벼농사를 지으며, 쌀 소득은 전체 농업소득의 30%에 달하는 농가의 주 소득원이고,우리 농업의 근간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쌀 농업은 최근 쌀 소비 감소와 가격하락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사업은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들에게 아침밥 먹는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교내 식당에서 1000원으로 든든한 아침밥(쌀 또는 쌀가공식품)을 먹을 수 있게 지원하는 것으로,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아침밥이 화제다. 다름 아닌 아침밥 값이 1000원이기 때문이다.요즘 대학에서 아침을 먹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생식당이 문을 여는 오전 8시께 아침밥을 먹기 위해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줄을 선다. 다름 아닌 정부가 시행하는 ‘1000원의 아침밥’ 사업 때문이다. 대학생이 1000원만 내면 밥과 국, 찬 3개 정도 나오는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

나머지 아침밥에 들어가는 비용은 국가가 1000원을 부담하고 그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한다. ‘1000원의 아침밥’ 때문에 학과 모임을 식당에서 한다고 한다. 낮이나 저녁에 모임을 하려면 뛴 물가 때문에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데 부담이 생긴다. 1000원만 내고 아침밥 챙겨 먹으면서도 모임도 하니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1000원의 아침밥’이 화제가 되자 정치인들도 대학가 아침 식당에 나타났다. 젊은이들과 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겠다는 뜻인데, 호응을 얻으니 정책 홍보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최근 경희대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아침밥을 같이 먹으며 대학생활이나 취업 등의 얘기를 나눴다. 정치인들이 대학생의 생활을 챙기는 모습은 보기에 좋다. 벌써 했어야 했는데 다소 늦은 감마저 든다.

정부가 올해 69만 명을 대상으로 7억78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반응이 뜨겁자 사업 수혜자를 150만 명으로 확대하고 예산도 15억8800만 원으로 늘렸다. 학교별로 인원을 제한하자 헛걸음을 하는 학생이 늘었다. 소식을 접한 정부가 긴급하게 예산을 늘린 것이다. 사실 큰 예산 들지 않고 반응이 좋으니 정부도 신속하게 나선 모양새다.

‘1000원의 아침밥’은 2012년 순천향대에서 아침을 1000원에 제공하면서 시작됐다.호응을 얻자 전국의 여러 대학이 이를 따라 했다. 서울대와 전남대가 2015년부터 1000원짜리 아침밥을 제공했다. 부산지역에서는 부산대가 2016년부터 1000원의 아침밥을 시행했다. 당시에는 정부의 지원이 아니라 아침밥 단가를 2000원 정도로 낮추고 대학이 이의 절반을 부담하는 식이었다.

지금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41개 대학에서 시행 중이다. 예산이 확대돼 올해 전국적으로 66개 대학에 ‘1000원의 아침밥’을 시행할 예정이다. 내년이면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이 더 늘 것이다.밥값을 1000원도 안 받겠다는 대학도 나왔다. 부산외대는 조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대학 장순흥 총장은 원래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대학 자체로 무상급식을 하려 했다고 한다.

전국 대학 중 학생에게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하는 학교가 또 있는지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 대학은 한 술 더 떠 오후에는 커피도 무료로 나눠준다.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도서관도 24시간 개방한다. 중앙도서관에는 공부하다 지치면 쉬라고 침대 같은 소파도 여러 개 설치했다. 부산외대가 이렇게 하게 된 것은 학생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무료 급식과 커피 제공이 학생을 섬기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한 해 1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드는데 다른 것에서 줄이면 이는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 입장에선 대학에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대학 다니는 맛이 난다고 한다. 진작 이랬어야 했다. 과거 대학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등록금만 내는 ‘호구’라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확실한 꼴찌가 있다. 바로 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0.78로 앞 순위국과 차이가 많이 난다. 0명대는 한국이 유일하다. 젊은이들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고 힘이 들어서 그렇단다. 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사교육비와 동결됐지만 그래도 고액인 대학 등록금이다.

대학생들을 섬기는 분위기가 조성된 마당에 국가가 나서 학생을 섬기면 안 될까. 어차피 학생도 많이 줄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현재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니 대학에도 하면 생애 전 기간 무상교육이 완성된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오래전부터 대학교육도 무상으로 한다. 지구상에 없는 것도 아니다. 국가가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자.

올해는 사업 신청인원이 96만 명에 달했지만 예산이 적어 68만 명만 수혜를 받게 됐다. 고물가로 인해 학생들의 식비 부담이 늘면서 참여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생의 반응은 폭발적인 데 비해 정부 예산은 찔끔 예산에 그쳐 아쉬움이 크다. 시행초기 2억 원 수준에서 2019년 4억원으로 올랐다가 지난해 5억원으로 책정됐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5억 원에 동결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 330개 대학 중 시행학교는 10%에 불과해 수혜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업계 역시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소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정부는 예산을 증액하여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옳다. 아침밥을 먹는 건강한 식습관 형성으로 쌀 소비를 늘리는 동시에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 아니 전국의 대학에서 시행돼야 한다. 쌀밥 중심의 건강한 아침밥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균형잡힌 식사이며. 두뇌 회전에 필요한 당질을 공급해 창의력, 기억력, 집중력, 학습력이 향상되고 과식·폭식을 막아 비만 예방과 면역력 향상에도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은가.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