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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7] 개만도 못한 행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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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7] 개만도 못한 행동들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4.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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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1960년생)
경북 의성 출신으로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1989년엔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도 등단

<함께 읽기> ‘상처’ 이 시의 내용은 쉬 이해되리라 생각든다. 상처입은 존재를 상처입은 경험있는 존재가 감싸준다는 내용이다. 개미와 개 같은 동물들은 상처 입은 동료를 보면 본능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데, 우리 인간은 어떨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시다.

상처 입은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뉜다. 상처를 알아본 이들끼리 친구가 되어 도와주거나, 아니면 적이 되어 괴롭힌다. 옛날 어린이들은 몸 한 부분이 성하지 않거나 약한 아이가 있으면 다른 아이들도 함께 그 애를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요즘엔 도와주는 아이가 거의 없는 대신 괴롭히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즉 상처를 보듬어 주기보다는 소금을 뿌리는 일이 잦아졌다는 게다. 작금 언론에 오르내리는 학생들 간 ‘집단왕따’, 더나아가 '학폭'이라 하겠다. 그걸 보고 요즘 아이들이 못 됐다고 하며 아이들을 욕하는데, 아니다. 바로 우리 어른들에게서 보고 배운 게다. 상처입은 적 있음에도 상처입은 자들을 도와주기 보다는 오히려 가여운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는지를 뒤 돌아보게 하는 시다. "상한 개가 상한 개한테 다가가 / 상처 핥아주는 모습을 / 나는 오늘 개시장을 지나가다 보았다"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욕은 "X새끼!" 다. 이 말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게다. 그만큼 개 노릇, 개 같은 짓을 해선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런데 개도 상처 입은 동료의 상처를 껴안아 준다. 따라서 시인은 이 시를 통해 개만도 못한 행동을 하는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을이 갑에게 당할 때보다 더 아플 때는 같은 을에게 당할 때라고 한다. 먼저 아픔 겪은 이가 상처 입은 이들을 향한 손 내밂, 바로 이게 사랑이요 자비라 생각 든다. 오늘 이 시를 읽고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뜻 있는 시간 되시기를...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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