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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6] “어린이에게 한수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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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6] “어린이에게 한수 배우자”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3.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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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김선우 여류시인(1970년생)
강릉 출신으로 1996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

<함께 읽기>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진실과 거짓, 선과 악, 진보와 보수, 개발과 보호, 자율과 규제, 생산과 소비 등의 개념이 대립 되어 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의 일은 과거로 돌리고 앞만 보며 나가자는 측과 과거를 청산하지 않으면 올바른 미래가 없다는 측. 산을 허물어서라도 케이블카를 놓아 관광사업을 확대하자는 측과 자연은 한번 훼손하면 되살리기 어려우니 그대로 두자는 측, 경제는 시장(市場)에 맡겨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두자는 측과 그대로 두면 힘 있는(돈 많은) 쪽이 부를 독차지하니 적당히 정부에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측, 어려울 때 일수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측과 소비가 너무 위축되면 그나마 돌아가는 공정마저 멈출 수밖에 없으니 적당히 소비하자는 측...

어른들은 이처럼 편 가르기를 좋아한다. 이쪽 저쪽 편으로 나누어 피 터지게 싸워야 사는 맛이 나는지. 진실의 반대말이 거짓이라고 고착시켜 놓으면 모든 거짓말은 ‘잘못’으로 낙인찍힌다. 말기암 환자에게 '당신은 치료하면 충분히 나을 수 있습니다.' 하며 삶의 의지를 북돋워 주는 말조차도. 또 선의 반대말이 악이라고 주장한다면, 사람은 선인과 악인으로 나뉘어 선한 사람은 언제나 선하며 악한 사람은 영원히 악한 사람이 되고 만다. 착하다고 소문 난 사람도 나쁜 짓을 할 경우가 있고, 악하다는 사람도 착한 일을 할 때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대말이 있다고 굳게 믿는 습성 때문에 / 마음 밑바닥에 공포를 기르게 된 생물” 진보와 보수로만 대립 되는 공간에서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간은 인정받지 못해 그런 사람은 박쥐 인간, 회색 인간이 되고 만다.

보수든 진보든 한쪽 진영 논리가 옳으면 찬성해야 하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무조건 자기 쪽 논리에만 따라야 한다. “알고 있는 어린이들아 어른들에게 / 다른 놀이를 좀 가르쳐 주렴!” 아이들에겐 반대말이 없다. 부유한 집 아이도 가난한 집 아이랑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이 보면 “너는 저런 거지 같은 애랑 놀면 안 돼!” 그렇게 커가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반대말을 익히게 되고 어른이 되었을 땐 반대말을 사용 안하면 살수 없다고 여기게 된다. ‘편 가르기’를 특히 좋아하는 우리 정치판, 편을 갈라야 나만의 잣대로 세상을 평가할 수 있고 그 무리 들과 패거리를 이뤄 힘을 과시할 수 있다. 반대를 하는 사람을 깎아내릴 수가 있고, 그래서 통쾌하다. 이제 남을 추켜세우는 일보다 짓 밟는데 살맛을 느낀다. 우리 정치판이. “진화가 가장 늦된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은 “반대말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어린이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우리 어른들은 ‘반대말 놀이가 있다고 굳게 믿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돌아보면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깨닫자. 이제 우리 모두 '반대말 놀이'를 돌아볼 때가 되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입돼 가는 정치를 뜯어고칠 때가 되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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