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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법적·사회적 만(滿)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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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법적·사회적 만(滿) 나이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7.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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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지난달 부터 ‘만(滿)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서 기존과 달라지는 것들이 생겼다. 만 나이 통일법은 ‘만 나이’와 ‘연 나이’, ‘세는 나이’를 혼용하고 있는 현 국내 나이 체계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행정 기본법·민법 개정안이다. ‘만 나이’는 출생일 기준 0살로 시작해 생일이 지날 때마다 1살씩 더하는 방식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모두 1월 1일에 1살씩 더하는 게 아니라 각자 생일에 1살씩 더하게 된다. ‘연 나이’는 일부 법령에서 채택하고 있는 나이 계산법으로, 개인의 생일과 관계없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나이를 계산한다.

‘세는 나이’는 통상 우리가 사용해왔던 나이로, 출생하자마자 1살이 되고, 해를 넘기면 두 살이 되는 식이다. 이처럼 통일되지 않은 나이 셈법으로 인해 행정서비스나 각종 계약 체결 과정에서 혼선과 분쟁이 발생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초래되기도 했고,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폐단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만 나이 통일’ 공약을 했고, 정부 과제로 추진해 왔다. 만 나이 사용이 정착되면 민·행정법상 혼선은 물론 일상에서도 나이 셈법과 관련된 혼란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만 나이’로 통일하는 민법·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을 시행하는 취지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해온 한국식 ‘세는 나이’는 사라지고, 출생시점을 0세로 여기고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1살씩 증가하는 만 나이가 사회적·법적 나이의 기본 설정값이 됐다. 법적·사회적 나이를 이른바 ‘만(滿) 나이’로 통일하는 내용의 개정 행정기본법 및 민법이 전격 시행됐다. 이에 법률상 특별 규정이 없을 경우, 행정·민사상 나이는 모두 만 나이가 기준이 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나이 계산법 혼용으로 지속돼온 각 분야 혼선 및 분쟁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제처는 “연금수급 연령이나 제도 혜택 연령에 대해 현장에서 (현행) 세는 나이와 만 나이를 구별하지 않아 여러 민원과 분쟁이 있고, 사적 계약에서도 만 나이와 세는 나이 관련 분쟁이나 소송이 되는 경우가 있다. 만 나이 통일이 이런 혼란을 줄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해외 업무로도 확장해보면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 나이를 사용한다”면서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서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만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올해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다음, 계산 시점이 생일을 지났다면 해당 수치가 나이가 되고, 생일 이전이라면 여기서 1년을 빼면 된다. 가령 1993년생인 이가 관공서 등에서 나이를 말할 때 생일이 지났다면 30세, 생일이 지나기 전이라면 29세가 된다. 하지만 ‘만 나이’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의 경우도 있다. 법제처에 따르면 취업·학업 등에서 국민 편의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취학연령, 주류·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등도 예외다.

먼저 초등학교는 기존대로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만 나이로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입학한다. 주류·담배 구매의 경우 현행 청소년보호법대로 ‘연 나이’가 19세 미만인 사람을 청소년으로 규정한다. 연 나이는 생일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나이다. 병역 의무도 연 나이로 계산한다. 올해를 기준으로 2004년생이, 내년에는 2005년생이 병역 판정 검사를 받게 된다. 공무원임용시험령에 따라 7급 이상 또는 교정·보호 직렬 공무원 시험은 2003년생부터, 8급 이하 공무원 시험은 2006년생부터 응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취학연령의 경우 학년제로 운영돼 1년 단위로 학년을 올려야 하는 점에서 연 나이 적용이 맞다고 보고, 병역 의무 역시 1년 단위로 징병검사를 통보하는데 생일 나이(만 나이)를 따지긴 불편함이 있다. 술·담배 사는 나이도 만 나이를 적용해 생일이 지난 때와 지나지 않은 때를 구분해 규제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누구는 술을 못 사고 못 먹고, 누구는 먹게 될 것”이라면서 “일상생활에서 이미 익숙해진 부분들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적·사회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예외규정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관련 법령·규정을 적극 정비해 이 같은 예외규정을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 법제처도 “취학연령이나 병역법의 경우 만 나이로 변경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만 나이로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적·사회적 연령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과 관련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이왕 법 개정이 이뤄지고 ‘만 나이’로 통일하기로 한만큼 만 나이 사용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온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죽음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생존의 바로미터는 나이다. 생로병사라는 자연의 섭리를 세월이라는 외형적 수치로 각인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로 위안 삼지만, 인간의 욕망을 비웃듯 세월은 쏜살처럼 내달린다. ‘세수할 때면 세숫대야로 새어 나고, 밥 먹을 땐 밥그릇을 스쳐 지나가고, 침묵을 지킬 땐 동그란 눈동자를 밟고 빠져나간다.’ 중국 시인 주쯔칭(朱自淸)은 세월을 이렇게 묘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태어나면서 1세가 되고 이후 해가 바뀔 때마다한 살씩 더하는 ‘세는 나이’가 통용됐다. 

세는 나이는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용했으나 100여 년 전부터 폐지 수순을 밟았다. 중국에서는 1960~70년대 문화대혁명 때 사라졌고, 일본은 1902년 법으로 세는 나이를 없애고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사회적으로 ‘만 나이’가 적용됐다. 세는 나이는 태아의 생명에 대한 존중이 함축됐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일원화할 필요가 제기됐다.

만 나이는 현재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태어나서 1년이 되어야 1살이 된다. 나이를 ‘생후 몇 년 몇 개월 몇 일’로 계산하는 만큼 과학적이고 정확하다. 만 나이 적용으로 전 국민이 세는 나이보다 1~2살 ‘회춘’했다. 특히 노년층에게 젊어진다는 건 유쾌한 심리적 위로다. 다만 세는 나이 든, 만 나이 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칭 ‘나잇값’이다. 연륜이 쌓이는 만큼 나이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이 듦의 대체적 유형은 아집과 불통이다. 무조건 자기만 옳고, 남을 가르치려 드는 게 일반적이다. 만 나이로 회춘한 만큼 생각도 젊고 유연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이 먹기는 쉬워도 어른 되기는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오랫동안 세 가지 나이 계산법을 사용해온 터라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 되도 당분간 혼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예외 사항까지 있다. 청소년보호법·병역법·초등학교 취학의 경우 개별법 적용에 따라 종전과 같이 연 나이가 적용된다. 청소년의 술·담배 구매 연령은 현행과 같이 연 나이 적용을 유지한다. 청소년 보호법상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주류와 담배 구입이 불가능하다. 나이 확인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써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만 나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연착륙할 거라 믿는다. 그렇다고 홍보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만 나이 통일법으로 국민들은 지금까지 사용해온 우리 나이에서 1~2년씩 나이가 줄어든다. 그만큼 젊어지는 셈이다. 엇보다 그동안 나이 기준 혼용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지불해온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만 나이 통일법이 잘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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