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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정치인 테러는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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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정치인 테러는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행위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1.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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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또 발생했다. 신년 벽두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 당했다는 긴급뉴스가 장식했다. 이 대표에 대한 백주테러는 충격적이다. 정치테러가 고착화되는 것 아닌가싶어 더 그렇다. 송영길 전 민주당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정치 유투버에게 망치 테러를 당했고, 2015년 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는 시민단체 인사로부터 피습을 당했다.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가 2일 오전 10시께 신원미상의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왼쪽 목 부위를 찔렸다.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이 대표는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곧장 헬기를 타고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피습 당시 이 대표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이었다. 백주대낮 극악무도한 테러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정치인 테러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끔찍한 폭력사건이 벌어지나. 이 대표 피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피습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06년 5월 서울의 한 백화점 앞에서 지원유세를 하다가 50대 남성이 휘두른 커터칼 피습됐다. 박 전 대통령은 우측 뺨에 무려 11Cm의 자창을 입었는데 흉터가 아직도 남아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1949년 6월 서울 경교장에서 현역 육군 소위 안두희가 쏜 총탄을 맞고 서거했다.

지금 대한민국엔 좌우대립과 갈등이 첨예하다. 상대진영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이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극단적인 좌우 진영간 대립은 결국 증오정치를 낳는다. 공인이라할 만한 인물들까지 공공연하게 좌우파 운운하며 대립을 당연시한다는 점에서 일제 해방공간에서의 혼란상과 닮아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좌우대립이 극심했던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테러가 난무했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몽양 여운형, 백범 김구선생에 대한 테러가 대표적이다. 좌우진영 모두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위험천만한 치킨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치킨게임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다.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통합의 걸림돌이 됐던 지역감정을 뛰어넘는다. 이른바 좌우진영간 대립의 망령이다. 수많은 매체가 생겨나면서 넘쳐나는 뉴스는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퍼져 영향력이 커진데다 정보의 왜곡으로 인한 부작용도 비일비재하다. 숫제 좌편향, 우편향을 내세우고 진영 논리와 자극적 보도로 이득을 취하는 매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정권가의 찌라시가 곧바로 전파를 타고 이를 인용한 가지치기 정보가 양산되는 현실은 분명히 병적이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여서 문제다. 특히 올해는 세계 76개국 42억명이 선거에 참여해 가짜뉴스가 정치에 미칠 영향에 각 나라가 긴장하고 있다.

왜곡된 정보가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불행을 영리목적이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반드시 엄벌해야 한다. 특히 팩트에 대한 왜곡은 법에 따라 엄중조치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시대가 변해도 정론직필로 사파현정하는 것이 언론의 바른 길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제 기능을 못하는 식물위원회로 전락,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선거가 가짜뉴스에 물들기 전 언론의 존재이유를 다시 곱씹어 본다.

해방직후 혼란기와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정치인 테러는 심심치 않게 자행되어 왔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행된 이후에도 이런 행태가 일어난다는 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폭력은, 특히 정치 폭력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나친 진영논리, 극단주의가 정치폭력을 야기한다. 집회에서 서로 다른 정당의 지지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거나 주먹질을 하는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폭력을 빌어 의견분출을 하는 건 치졸하다. 증오의 정치는 증오를 낳을 뿐이다.

당국은 경호가 소홀하지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1대 총선일이 다가오면서 정치인들의 대민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더불어 유사 사태의 재발 가능성이 상존한다. 정치인에 대한 경호를 한층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과 ‘민생’에 방점을 둔 신년사를 발표했다. 윤대통령의 신년사는 ‘국민’을 28회 언급했고 ‘경제’는 19회, ‘민생’은 9차례 등장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국민’, ‘경제’, ‘민생’ 못지않게 주목을 끈 것은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는 대목이었다.

‘이념적 지향점이 다른 세력에 대한 타파’로 확대 해석되기도 했다. 정치지도자들이 좌우진영간 대립의 심각성과 폐해에 대해 성찰하길 바란다. 더 극단적으로 치닫기 전에 지금 대한민국은 좌우간 치킨 게임을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진영논리로 강경발언을 일삼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감시하고 걸러내야 한다. 지지세력 공고화를 위해 갈등을 부추기는 모리배 정치인들에게 국민이 휘둘려선 안된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이번 테러행위를 규탄했다.

지금 한국정치가 ‘니노 짬뽕’이 된 것은 언어의 혼탁에서 비롯됐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테러는 한 개인의 야만적이고 비열한 일탈 행위다. 민주주의와 결부될 게 아니다. 이 대표를 공격하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를 근본부터 허무는 것처럼 과한 언사를 써선 안 된다. 이 대표의 테러에 반사적으로 민주주의를 들먹이는 세태를 보며 우리사회의 한없는 경박함을 느끼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이번 일이 심각성을 깨닫고 되돌리는 자성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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