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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지구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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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지구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4.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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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지난 5일은 제79회 식목일이었다. 한국 숲의 온실가스 흡수·저장 가치는 2014년 기준 4조9000억원에서 2018년 기준 75조6000억원으로 급상승(공익가치 총 221조원, 산림청 통계)했다. 숲의 생물 다양성, 미세먼지 완화 등의 가치도 유사하다. 이러한 숲의 가치 재평가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며, 정치·경제적 국가 역량(state capacity)의 문제로 격상하고 있다.숲의 생물 다양성, 미세먼지 완화 등의 가치도 유사하다. 이러한 숲의 가치 재평가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며, 정치·경제적 국가 역량(state capacity)의 문제로 격상하고 있다.

2020년대 숲은 생존·번영·영속의 희망으로 전 지구적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과 목적으로서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지닌다. 이제 숲은 생과 사의 문제다. 숲은 희소한 자원으로서 정치화·안보화 되어 가까운 미래에 전략 자산(strategic asset)과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될 것이다. 숲이 있는 지역·국가는 유리한 국가 역량의 기반을 갖춘 셈이다. 탄소흡수·저장을 둘러싼 세계 주요국들의 경쟁은 긍정적 의미의 숲(땅) 따먹기 ‘블루마블(blue marble)’ 게임을 연상시킨다. 소위 하드파워(hard power) 외교의 한 영역으로 부상했다.

소프트파워(soft power) 외교 포트폴리오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숲은, 글로벌중견 선진국으로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 한국에 절실하게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4대 국가브랜드·이미지는 경제발전, 민주주의, 과학기술,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시키고 인정받았지만 가장 크게 결여된 분야는 자연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국가 위상은 G7의 확장을 가정할 때 가장 먼저 G8으로 참여를 기대할 정도로 상승했다. 그러나 G8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G7 국가들이 갖지 못한 또 하나의 국가브랜드, 국가 역량이 필수적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산림은 70%이상이 벌거숭이 민둥산이었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후 새마을운동과 함께 대대적으로 펼쳐진 사업이 산림녹화였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푸른 산을 자랑하게 됐다. 유엔문화유산에도 등재될 만큼. 민둥산은 누천년을 이어온 화목 위주의 취사와 온돌난방, 한국전쟁, 일제의 우수 수종 남벌의 영향에 도벌마저 성행한 탓이었다. 헐벗은 산으로 인해 홍수와 산사태가 빈번해 국토는 더욱 황폐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과감하게 연료를 석탄으로 바꾸고 산림녹화를 범국민적 캠페인으로 전개, 푸른 산을 갖는데 성공한 것이다. 산림녹화10개년계획이 그것이었다.

산림청을 신설해 관리, 총괄케 하고 그린벨트를 묶은 것도 성공의 지름길이 됐다. 60년대 이후 심은 나무는 줄잡아 115억 그루에 이른다. 대대적인 범국민적 캠페인은 오늘의 울창한 산림을 갖게 된 밑바탕이 됐다. 숲이 곧 경쟁력이다. 그러나 우리의 숲은 그동안 심기만 하고 가꾸질 않아 쓸모없는 자원으로 전락했다. 7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고 있으나, 목재 자급률은 15%에 머물고 있다. 야생동물도 접근이 어려울 정도지만 탄소저감 효과는 줄어들고 있다. 독일, 일본의 계획된 명품 숲과 비교된다. 이제는 숲의 자원화와 경제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 경제성이 없는 나무는 과감하게 베어내는 장기적인 제2의 산림녹화사업이 전개돼야 하지 않을까.

‘나무’는 항상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베어내고 뽑아내고 병들게 한 것은 물론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폭발적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폭염·폭우·대형산불·가뭄·홍수 등 기후변화의 대환란(大患亂)으로 이어지고 있다.이 같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주요 국가들이 2050년 탄소 중립 실현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나무 심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산림청 역시 이곳에 포인트를 두고 향후 30년간 30억 그루 나무 심기로 2050년 탄소 중립 3400만톤에 이바지한다는 전략이다. 더 나아가 생활 속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도 요구된다. △자가용 대신 걷기와 자전거 타기 △재활용품 분리배출 △반려 식물 키우기 등 쉬우면서도 좀처럼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 일이지만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려있음을 명심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몽골은 광활한 초원에 흩어져 가축을 기르며 이동하는 유목민의 나라지만, 인류 최악의 환경 재앙인 기후 위기로 사막화 비율이 전 국토의 76.9%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언제까지 푸른 빛의 초원이 생명을 이어갈지, 유목민의 삶이 지속될지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 ‘사람의 건강도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듯이 건강한 숲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우리와 좀 더 가까이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숲을 사랑하며 정성스레 가꿔가는 적극적인 실천을 기대해 본다. 지난 식목일을 맞은 소회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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