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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막장정치’ 구경꾼 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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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막장정치’ 구경꾼 될건가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3.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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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황운하 의원이 결국 4·10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다고 한다. 두 사람은 각각 자녀 입시 비리와 울산 선거 개입 사건 등으로 1·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얼마 전 창당과 입당 때 예상됐던 바이긴 하나 언제 법정 구속될지도 모르는 피고인들이 버젓이 국회 입성을 꾀하는 모습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두 사람의 범죄 혐의는 이젠 언급하기에 입이 아플 지경이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입시 비리 공범인 조 대표 배우자 정경심씨는 징역 4년형을 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9월 가석방됐다.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당의 승리를 위해 불출마하겠다”며 탈당했다.그러고는 조국혁신당이 뜨는 듯하자 입당해 불출마 약속을 뒤집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이 1호 인재로 영입한 신장식 변호사는 네 차례의 음주·무면허 운전 전과가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정의당 후보로 나섰다가 이 때문에 사퇴한 바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규원 검사도 최근 입당했다. 조국혁신당이 예상 밖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이들 모두 원내 입성 가능성이 커졌다. 1·2심이긴 하나 실형을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이 무더기로 국회의원이 될 판이다.

한국 정치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기형적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 탓도 있지만 진영 대결에 매몰된 유권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아무리 상대 진영이 밉다고 해도 입시 비리와 선거부정 사범까지 지지해서야 되겠는가.총선 공천이 난장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잡음이 심하다. 국민의 힘도 시끄럽다. 겉으로는 원칙을 내세운 시스템 공천, 실제는 ‘짜고 치는 고스톱’에 가깝다. 민주당의 ‘친명횡재, 비명횡사’ 가 이를 방증한다. 국힘도 ‘현역 유리, 신인 불리’라는 공천결과가 기득권 물갈이라는 혁신과 멀어졌다. 조국혁신당은 더 노골적이다. 가족 원한을 복수하고 방탄용 금배지를 달겠다며 조국과 황운하가 ‘셀프 공천’을 했다.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국기(國紀)마저 흔든다. 친북 반미· 좌파시위 인물을 당선권에 배치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국가보조금을 곶감 빼먹듯 타내던 사람도 보인다. 윤석열 정권 들어 돈이 궁해지자 국회에 빨대를 꽂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불량 후보들이 22대 국회에 입성하면 최악의 정치 장면을 연출할 게 뻔하다. 사상최악 국회라는 21대 국회는 양반이다. 국가 안보기밀을 요구하는 친북성향 의원, 툭하면 기업인을 불러 호통치는 좌파시위꾼 의원, 유튜브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틀어대는 수준미달 의원. 압권은 조국 대표가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혼내주는 장면일 것이다.

22대 국회를 상상하면 끔찍하다. 대통령 후보로 나오려면 선거일 현재 대한민국에 5년 이상 살고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투표일 현재 60일 이상 해당 자치단체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을 둬야 한다. 유독 국회의원만 선거 출마에 거주지 제한이 없다. 지역구 출신이더라도 국가 입법기관 구성원으로서 국민 대표적 성격을 띤다고 봐서다. 불체포특권 같은 황금혜택을 누리는데 비해 의무가 약하다. 차라리 국회의원 300명을 모두 전국구인 비례대표로 뽑지, 굳이 지역에서 왜 뽑는가? 국가대사(大事) 50%, 지역일꾼 50% 역할을 하는 지역구 국회의원(254명)도 최소한의 거주지 제한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정당이 장기판 두듯 후보들을 이곳저곳 내려꽂는 ‘낙하산 공천’을 막을 수 있다. 지역 유권자는 자기네 동네 행정구역도 몇개 밖에 알지 못하는 ‘듣보잡’ 인사를 보낸 ‘벼락치기’ 공천에 언짢아 한다.

그동안 진단도 많았고 해법도 많았다. 총선과 더불어 병립형, 연동형, 권역별 비례제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도 한 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같거나 또는 비슷한 선거제도도 사회구조와 정치문화의 차이에서 비롯한 심한 편차와 굴절이 생긴다. 연동형 비례제도의 모범인 독일의 선거제도를 어느 정도 참고했다지만 독일에서는 들어볼 수 없는 ‘위성정당’의 출현이 바로 그렇다. 거대 양당 구조 속에 다양한 정치 세력의 운신 폭을 넓혀주기 위해 조성한 정치적 공간을 거대 양당이 다시 뒷문으로 들어와서 차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거대 양당이 다시 첨예하게 격돌하는 구도 속에서 치러지는 한국의 이번 4·10 총선이 뿜어내는 열기는 50%를 겨우 넘긴 투표율을 보이는 이곳의 총선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멀리서도 느낄 수 있다.

한편에서는 검찰 독재와 민생 파탄의 책임을 묻고, 다른 편에서는 정치 안정과 종북 좌파 척결을 내세운 혐오와 증오에 찬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언어가 인간 사이 소통의 수단이라는 견해처럼 큰 환상은 없다는 카네티의 경고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군중 또는 대중이라는 단어에서 ‘무리’를 뜻하는 중(衆)은 본디 여러 사람이 모여 구경하는 형상을 묘사하였다. ‘매스미디어’나 ‘매스게임’ 같은 단어처럼, 대중이나 군중을 의미하는 매스(mass)의 어원은 빵을 굽기 위해 여러 재료를 미리 짓이겨놓은 상태에 있는 ‘반죽 덩어리’라는 라틴어다. 행위자로서 주체가 없고 독립적인 구성 요소들도 이미 사라진 상태를 묘사하는 이 두 단어는 문화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을 보여준다.

오는 총선은 단순히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아니라 깨어 있고 행동하는 시민이 지금 쉽게 이야기되는 ‘공정과 상식’이 과연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작금의 사회를 돌아보면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왠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어긋나 있어 소슬바람에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왼쪽은 시끄럽고 오른쪽은 분주하다. 젊은이는 미래가 불안하고 중년은 현재가 불편하고 노년은 오늘 하루도 외롭고 쓸쓸하다. 이편이 저편을 헐뜯고 강자가 약자를 누르고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몰아낸다. 이념에 붙인 불에 내로남불이란 솥을 걸고 이기와 독선의 밥을 지어 위선의 숟가락질로 불신의 배를 채운다.

내 탓이오를 외치며 가슴을 치는 손보다는 네 탓이오를 외치며 삿대질을 하는 손이 많다. 겸손과 소통과 타협은 멀리 있고 자만과 불통과 독식은 가까이 있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더 가진 자는 영원히 가지려 한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인간이 인간의 허물을 발가벗기고 모난 곳만 끄집어내어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제 얼굴에 묻은 똥은 외면하고 남의 옷에 묻은 먼지만 털어댄다.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자신의 자리가 높고 견고하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살면서 사람이어서 부끄러울 때가 있다. 백 년을 살기에도 어려워서 서로 좋은 점만 부각하며 살아가기에도 짧은 생이니 영원이란 없다. 그러니 서로 헐뜯지만 말고 어루만지며 살 순 없을까. 우리 모두는 작은 씨앗으로 어머니의 자궁에서 잉태되어 싹이 돋고 뿌리를 내려 여기까지 왔다.

우리가 잘 자라 꽃을 피웠고 향기롭고 아름다웠다 너도 꽃이었고 나도 꽃이었으니 서로 꽃으로도 때리지 말자. 선거보다 소중한 게 사람이란 꽃이다. 선거란 교활한 손으로 소중한 사람의 꽃을 함부로 꺾지 말라. 당선이란 꽃이 한시적으로 화려하고 눈부실지 모르지만 더 추하게 시들어 추락한다. 사방에 꽃봉오리 터뜨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봄의 전도사 매화꽃이 피고 벚꽃이 피고 이어 진달래 철쭉이 피어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지금 편안한가. 저 아름다운 꽃들의 미소에 환하게 답할 자신이 있는가. 미물인 식물이 잠깐 피었다 사그라질 꽃들도 저러한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은 저 꽃들처럼 해맑고 아름답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이번 선거에선 또 다시 손가락을 원망하며 가슴 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결국 유권자가 표로써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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