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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10] 108 대 192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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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10] 108 대 192는 무엇인가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4.04.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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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에는 회초리를 드는 대신 야권에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국회 200석’을 주지 않았다. 정부 여당은 바뀌고, 민주당은 겸손 하라는 경고다.” 

‘야당 심판’과 ‘정권 심판’의 칼날이 맞부딪힌 4·10 총선은 ‘정권 심판’으로 끝났다. 108 대 192. 집권 여당의 대 참패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61석,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14석 등 총 175석을 석권했다. 변함없는 제1당이 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정당 국민의미래 18석 등 총 108석을 차지,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을 지키는 데 그쳤다. 

민심은 준엄했다. 선거직 후 당선자를 지역별로 표시한 대한민국 지도는 파란색으로 물결쳤다. 빨강 색은 낙동강 지역과 서울 강남에 고립됐다. 
경기도의 일부를 서울로 합치고, 여의도를 세종시로 끌어오겠다고 했지만 소리없는 메아리였다. 감세·토건 공약이 넘실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역부족이 ‘디올백’이나‘런종섭’, ‘대파’만이겠는가. 하긴 ‘대파’는 알고 보니 모든 것의 함의(含意)였다. 국민의힘을 대파시킨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만이 아니다. 대학교수 출신이라는 국민의힘 후보의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라는 발언이 대파당한 근원이다. 

주권자는 ‘한 뿌리’에서 그들의 내면에 자리한 ‘우민(愚民)’의 시선을 보고 읽었다. ‘디올백’이나 ‘런종섭’도 한 뿌리라고 실토해버린 셈이다. 어리석음이 낳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4월 10일은 논란이 일 때마다 어리석은 백성 취급을 받은 주권자가 ‘어리석은 그들’을 심판하는 날이 됐다. ‘어리석은 그들’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야당’이 아니라 ‘정권’을 지목했다.
자, 그렇다면 ‘정권 심판’으로 끝난 선거이기 때문에 ‘야당 심판’은 면죄부를 받았는가.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민주당의 승리는 지난 4월 10일 그날까지다. 흔히 선거 때 말하듯이 ‘차악’이나 ‘차선’일 뿐 심판에서 빗겨 간 것은 아니다. 다음의 심판은 그들, 즉 민주당을 향할 수 있다.

조짐은 선거 때부터 이미 암세포처럼 싹트고 있었다. 민주당의 핵심지지기반이자 근간인 광주에서는 당내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후보들마다 ‘이재명 팔이’만 잘하면 됐다. 
광주 서구의 모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적인 TV 생방송 토론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건강상의 이유가 불참 이유다. 1천만 원의 과태료를 내는것으로 대신했다.

이 또한 ‘대파 한 뿌리’와도 같은 오만함이자 국민을 어리석은 백성으로 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그 후보가 공직 재직시절 직무상 비밀·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배우자 명의로 21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고 있을 때다. 잠시 비를 피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경찰의 수사 칼날까지 피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선거 직후 이재명 대표가 겸손할 것을 일성으로 꼽았지만 21대 국회에서 국민들은 여야 정치인들이 벌인 오만과 국민 무시의 경쟁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더구나 패자보다는 승자의 오만이 유혹에 더 치명적이다.
가능성에 대한 믿음의 여부를 차치하고 만약, 만약에 정부 여당이 겸손해질 수 있다면 승자가 패자로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이번 총선은 정부 여당에 회초리를 드는 대신 야권에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거부권을 무력화 할 수 있는 ‘국회 200석’을 주지 않았다. 
정부 여당과 야권에 다 같이 2%를 채워주지 않았다. 2%는 정부 여당은 바뀌고, 민주당은 겸손 하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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